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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상흔까지 보듬는 '베트남의 슈바이처'

2015 올해의 치과인상 신효근 교수

2015 올해의 치과인상 신효근 교수

약력
▶1975년 서울치대 졸업
▶1980년~현재 : 전북대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1994~1996년 : 전북대병원 치과진료처장
▶1997~1999년 : 한국음성과학회장
▶1998~2000년 : 전북대 치과대학장
▶2002~2003년 :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장
▶2003~2005년 :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장
▶2008~2011년 : 대한구순구개열학회장
▶2009년~현재 : 베트남 HUE대학 명예교수
▶2010~2012 : 전북대 부총장

수상내역
•2006년 : 베트남 정부 국민건강훈장
•2010년 : 전북대 우수봉사 교수상
•2013년 : 베트남 정부 국민건강훈장
•2013년 : 올해의 전북인상
•2014년 : 국민추천포상 대통령 표창
•2015년 : 베트남 정부 국민건강훈장


구순구개열 환자 진료가 천직
몸이 허락될때까지 봉사할 것

21년째 구순구개열 진료
650명 직접 시술 새 삶
3차례 베트남서 훈장 받아

“보통의 평범한 얼굴과는 다르구나. 입술이나 잇몸,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기형적인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려왔다. 이 어린 아이가 얼마나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으면, 주위에서의 놀림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제대로 된 마취조차 하지 못하고 수술을 하는데도 고통을 감내해 낼까? 마음에 상처를 갖고 있는 이런 아이들을 내가 치료해줘야겠어.”

1973년, 서울치대 본과 3학년. 청년이었던 신효근 교수(전북대 치전원)는 남일우 명예교수 봉사팀을 따라 구순구개열 환자 무료 진료에 나섰다가 구순구개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청년이 어느덧 나이를 훌쩍 먹어 내년 8월이면 65세 정년을 맞게 됐다. 수많은 세월을 봉사하는 삶을 살아 귀감이 돼온 그에게 치의신보가 주최하는 ‘2015 올해의 치과인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가 주어졌다. 국내 무의촌지역과 베트남에서 구순구개열 환자를 진료해 큰 감동을 줬으며, 관련 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학술적으로도 굵직한 업적을 남긴 신효근 교수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헌신적 봉사로 한국 적대감 씻어

신 교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는 바로 베트남이다. 95년부터 봉사하기 시작해 올해 21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매년 한 해도 빠짐없이 베트남을 찾았다는 것이 놀랍다. 지금까지 그가 이끈 의료봉사단에서 수술한 구순구개열 환자는 총 1600여명에 달하며, 직접 수술한 구순구개열 환자만 해도 650명에 이른다.

베트남에서의 이런 헌신적인 봉사 때문에 ‘베트남의 슈바이처’라고 칭송되기도 한다. 베트남 정부는 신 교수의 공로를 인정해 2007년, 2013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훈장을 수여했다.

신 교수는 학문적으로 인간적으로 존경한다는 민병일 명예교수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베트남과의 인연에 대해 소개했다.

“민병일 명예교수는 베트남전 참전 군의관으로 베트남과의 인연이 깊었어요. 처음엔 일본과 같이 진료봉사를 하다 독립해 진료를 하시게 됐죠. 전북대 교수였을 때인 1995년에 처음으로 민병일 교수님을 모시고 베트남을 가게 됐어요. 민 교수님을 따라 봉사를 하다 2000년엔 저도 독립을 해 쾅남성 땀끼시에서 진료를 하게 됐어요.”

봉사 초기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베트남의 시대상을 알 필요가 있다. 40년 전인 1975년 북베트남군이 남베트남을 무너뜨리면서 단절된 미국과 베트남 양국의 외교관계는 베트남전 종전 20년 만인 1995년 재개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당시만 해도 베트남을 자유롭게 오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반공교육이 투철한 세대였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접하게 된 레닌 사진만 봐도 놀라웠으며, 베트남 국민들의 검은 옷만 봐도 공산군인줄 알고 겁을 먹기도 했다.

또 베트남의 한 식당에서는 식사를 준비해놓고선 한국인들이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쫓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도 지나간 전쟁의 상흔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럴수록 더 열심히 봉사를 다녔다.

환자 눈물은 다시 베트남으로


베트남의 경계심을 뒤로 한 채 21년 간 매년 신 교수를 베트남으로 이끈 힘은 뭘까?

“구순구개열 수술을 하루에 5번 한 적도 있어요. 그럼에도 스케줄 상 수술을 못하게 됐을 때 저를 붙잡으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럴 때마다 제 마음에서도 눈물이 흐릅니다. 이런 환자와 가족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고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요.”

잊혀지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58세가 될 때까지 수술을 못 받고 지냈던 환자가 수술 후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하면서 울던 환자. 1000km가 넘는 거리를 이틀에 걸쳐 왔다는 환자. 5차례의 수술 끝에 정상 얼굴을 되찾고 유치원에 들어가게 된 아이. 이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자신 탓인 것 같아 가슴아파하다 손자의 수술 후 연신 허리 굽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 교수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 때문에 전생에 베트남인이었나 보다 하는 농을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혹시 베트남에 애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베트남에 남겨진 환자를 생각하면 아무리 바빠도 다음 해에 봉사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요 요직 맹활약 부총장까지

신 교수는 학술적인 면에서나 행정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1975년에 서울치대를 졸업한 신 교수는 고향인 전주에 자리를 잡고 1980년부터 전북치대에 재직했다. 전북대 치의학연구소장, 전북대병원 치과진료처장, 전북치대 학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전북대 부총장까지 역임했다.

또 한국음성과학회장,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장,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장, 대한구순구개열학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학회 발전에도 힘썼다.

국내 최초로 치과에 언어치료실을 개설해 구순구개열 치료와 연계한 진료를 하게 됐으며, KOICA 개도국 사업으로 베트남 HUE 의과대학에 언어치료·청각사 양성과정을 설치하고 언어치료실을 개설해주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도 큰 보람이다.

신 교수는 “베트남 HUE 대학, 라오스 치과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졸업생을 전북대로 초청, 석·박사 과정을 수료해 HUE 치과대학의 교수 요원이 되도록 추진한 것이나 베트남 의사를 초청해 새로운 의술과 지식을 배울 기회를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시혜불념 수혜불망 좌우명

이번 상에 주어지는 상금 1000만원에 대해서는 구순구개열 환아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학회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에 쓰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교수는 ‘施惠不念 受惠不忘(시혜불념 수혜불망), 은혜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 은혜 받은 것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慈心妙手(자심묘수), 아픈 사람을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치료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새기면서 환자들을 본다.

내년 8월이면 정년을 맞지만 신 교수의 봉사에는 정년이 없다.
“평생 구순구개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병일 교수님이 77세까지 베트남에서 봉사하셨어요. 목표는 77세까지 봉사하는 것이지요. 손이 떨려 수술할 수 없을 때까지 봉사하고 싶습니다.”

스위스의 철학자인 앙리 아미엘은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지혜요,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이라고 했는데 신 교수의 삶은 후배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사단법인 러브인월드(Love in World)는?
봉사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후원금의 용도에 대한 투명한 재정을 공개하는 봉사단체를 찾는다면 (사)러브인월드에 관심을 가져보자.
신효근 교수가 대표로 있는 러브인월드는 2014년 정식으로 설립해 인가를 받은 봉사단체다. 현재 후원회원은 약 100여명으로 의료분야를 중심으로 대학, 법률, 사업 등 전문직 종사자 뿐만 아니라 학생, 주부, 일반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봉사와 장학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