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런 건 없어요. 불가에서 말하듯 인생은 고통의 바다(苦海)고, 인간은 고독한 거예요. 그걸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성숙해 질 수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철학자의 입은 소문대로 거칠고, 논리는 잘 벼린 창끝처럼 날카로웠다. 행복한치과만들기 준비위원회(위원장 장영준·이하 준비위)가 주최한 ‘행복한치과만들기 프로젝트 1탄 행복’ 연단에 선 철학자 강신주는 강연의 전제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뭔가 불만이 있어서 오신 것 같은데, 불순한 의도(돈)를 위해 치과의사가 됐고, 그 기준에서 행복을 생각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로 찾아 온 할머니의 치아를 보면서 임플란트 개수가 아니라 아픔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치과의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철학자 강신주가 치과의사들을 향해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버팅기기(버티기)’였다. 돈의 급류가 거세지만 버티면 진정한 의료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시대는 자본주의라는 거센 급류가 모든 가치를 휩쓸어 가고 있는데, 어쩌면 ‘이상(理想)’이라는 것은 그 급류의 한 가운데 꽂은막대기 같이 허약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치과의사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인가, 환자의 아픔에 집중하고 돌보는 존재인가?’를 가름하는 것은 이 급류에서 얼마나 버팅겼느냐로 결정될 겁니다. 고로 이상이란 버팅기는 거예요.”
그러면서 환자를 ‘감나무 심듯’ 대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감나무는 심은 뒤 수년이 지나야 열매를 볼 수 있는데, 화를 내는 환자 앞에서도 의연함을 유지한다면 환자는 알아서 치과를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날 장영준 위원장은 강연 전 인사말을 통해 “요즘 개원환경이 어렵다 보니 동료 치과의사들을 만날 때마다 행복하냐고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 본다”며 “오늘 이 자리가 행복한 치과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행복치과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