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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법’ 시행 코 앞 동의서 준비 되셨나요?

법 적용 범위 애매 의료계 혼란 우려…21일 시행

앞으로 소위 ‘설명의무법’이 시행됨에 따라 개원가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설명의무법이란 의료법 제24조의2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 대한 조항을 의미한다.

이 법은 지난해 1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2월 20일 공포된 것으로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골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을 하고, 서면(전자문서 포함)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명의무 대상이 불명확해 의료계 현장의 혼란이 예상돼 우려를 낳고 있다. 게다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거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환자에게 변경 사유와 내용을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처벌조항까지 신설돼 ‘명찰 패용 의무법’에 이은 과잉 법안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설명 및 동의서 의무화

우선 핵심 법안이 되는 의료법 제24조의2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법안을 자세히 살펴보자. 제1항에서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해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적용받지 않는다.

제2항에서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이다.
또 환자가 동의서 사본 발급을 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수술 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 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하위법령인 의료법 시행규칙에서는 ▲서면(전자문서 포함)을 설명하고, 환자가 서명하거나 날인한 동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환자의 동의를 받을 것과 ▲동의서 및 서면을 작성한 날로부터 2년간 보존해야 한다는 ‘동의서·서면 보존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 설명의무 대상 모호 ‘혼란’

이 법에서 의료계가 가장 첨예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법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애매하다는 점이다. 의료법은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를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수술의 범위가 모호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는 모호한 법 앞에 혼란스럽다”며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치과계도 곤혹스런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의료분쟁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대다수 의료인들은 진료 전 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는 등 설명의 의무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시각이다.

조성욱 치협 법제이사는 “의료의 기본적인 틀 자체는 치과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오롯이 환자를 위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작금의 현실은 진료에 올인하지 못하고 행정적인 서비스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하다”며 “이번에 시행될 설명의무법 또한 의료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우려된다. 치과 진료를 하는데 있어서 동의서를 받지 않고 이뤄지는 수술도 있는데 하위법령에서조차 세부사항이 규정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치과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법안이 졸속으로 시행됐다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지난 5월 21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강연에서 “관련 공청회나 전문가 토론회조차 없이 기존 법리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입법됐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비판을 받고 있다”며 “설명의무에 대한 행정적 개입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를 흔들 수 있고, 결과와 상관없는 일률적인 설명의무의 강제는 의료분쟁 및 의료비용의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