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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인틀니·임플란트, ‘그림의 떡’ 안 되려면?

“본인부담률 30%까지 인하 꼭 이뤄져야”
저소득 노인, 고소득 노인의 40% 수준 혜택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나이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들이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기자가 담소를 즐기고 있는 한 무리 사이로 섞여들자 주름 골 깊게 팬 어르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기자는 어르신들에게 치과치료를 받는 데서 비롯되는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밝혔다. 이것이 신호이기라도 한 듯 여기저기서 ‘치과가 부담이다’, ‘너무 비싸다’, ‘아파도 꾹 참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올해 74살의 A씨. 그는 치아에 통증이 있어 치과에 갔지만 치료비가 너무 부담돼 그냥 나온 후 치과에 다시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뭐 정 아파서 어쩔 수 없을 땐 치료받는 거지만, 계속 망설이고 고민하게 돼. 어려운 사람에게는 치료비를 좀 더 할인해주는 특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 어려운 사람이나 부자나 똑같잖아. 치과치료에 대해서도 영세한 사람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해.”

A씨 옆에서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던 80살의 B씨도 “한 10년 전쯤 틀니를 한 이후로 치과에 계속 못 갔어. 다시 싹 뜯어고쳐야 하는데, 돈 들어가는 게 걱정돼서 계속 망설이고 있는 거지 뭐”라고 푸념했다.

# 노인 틀니·임플란트 급여율 9.57%

기자는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해선 임플란트, 틀니 본임부담률이 50%인데 이를 30%까지 내려주면 다소나마 도움이 되겠냐고 물었다. 어르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령 기존에 100만 원 가운데 50만 원 부담했다면 이것을 30만 원으로 낮추는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71살의 C씨는 “그야 5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만 내려가도 좋지, 좋아. 그렇게만 돼도 우리 같은 사람이 치과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어?”라며 씁쓰레하게 웃었다.

정부가 노인 틀니, 임플란트의 건강보험 적용 연령을 만65세까지 확대했지만 50%의 높은 본인부담률로 인해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눈에 보는 연금 2015: OECD 회원국과 G20 국가의 노후소득보장제도’ 자료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34개국(국가별로 2012년 혹은 가장 최근치 기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12.4%)보다는 4배나 높다.

이런 탓에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은 치과에 가는 걸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노인 틀니 및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의료급여 포함) 급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급여율이 9.57%에 불과했다.

특히 이를 소득구간별로로 세분화하면 고소득층인 건강보험 10분위는 1000명 당 106명이 틀니나 임플란트 급여를 받았지만, 최하위층인 의료급여 대상자는 1000명 당 74명만 급여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현상은 완전틀니, 부분틀니, 임플란트 중 임플란트에서 가장 심각했다.  건강보험 10분위의 임플란트 급여율이 4.5%인데 비해 의료급여 대상자는 1.8%밖에 되지 않아 최하위계층의 급여율이 최상위계층의 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 무면허 시술자로부터 치과치료 유혹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 어르신들은 이른바 야메, 머구리로 불리는 무면허 불법 시술자들로부터의 치과치료 유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었다.

이날 만난 D씨는 비용이 부담돼 치과에 못 가고 있다는 E씨에게 “내가 야메 싸게 잘하는 곳 아는 데 알려줘? 예전에 윗니 3개를 거기서 했는데, 그 사람 아직 거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치협은 노년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구강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인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의 30% 인하’ 관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철수 협회장은 “저소득층일수록 치아 손상이나 손실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틀니나 임플란트 급여 시술에 대한 접근도가 낮아 소득 수준에 따른 보험 혜택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본인부담금을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