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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추천도서-자신을 찾는 여정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감수성이 극에 달했던 스무 살을 전후로 해서 누구나 책 한권의 사색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는 유독 ‘데미안’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중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야. 우리 자신의 내면에 없는 것이 우리를 흥분시키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거든.”

정말 미워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네요. 미워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국에는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은 결국 자신을 가장 사랑하니까.

책읽기는 작가의 시선과 가치관을 빌려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사랑하고 있을까요? 책읽기를 통해서 자신의 깊은 내면의 세계에 빠져들어 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신과 맞닥뜨려 본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가끔 감명 받은 책을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합니다. 그럴 때는 내 내면의 세계를 들키는 것 같아서 조금은 설레기도 합니다. 책선물을 잘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개인주의와
핀란드의 개인주의는 다르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원더박스, 2017

최근 북유럽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검증과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남자와 결혼해서 뉴욕에 살게 되면서 자신의 나라 핀란드와 미국을 여러 분야에서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나라가 속한 북유럽, 이 책에서는 노르딕이라고 부르는 곳의 장점을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으로 말합니다.

핵심은,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 면에서 개인의 자족과 독립을 중요시 하지만 미국의 개인주의와는 좀 많이 다릅니다. 바로 “당신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의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똑같은 사람이고 얼마든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대신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진정한 평등의 사회가 유지되는 노르딕 나라들의 사고방식이 아닌가 싶네요. 미국과 북유럽의 정치, 사회, 교육, 의료 등에 대해 상세한 비교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돌아보게 해줍니다. 저자는 미국에 비해 훌륭한 핀란드를 찬양하지만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의 시민이 되는 길을 택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재미입니다.

‘환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요즘
의료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책, 2017

이 사회에서 아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도 암 환자라면? 사회학자이자 의료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자신의 질병을 사유한 경험을 고스란히 그의 언어로 기술해 놓았습니다.

‘암적 존재’라는 말이 은유적으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암 환자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나 습관 등에 대해서 자주 언급되며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암을 이겨낸 성공 이야기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병은 싸워 퇴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고, 병의 회복과 상관없이 씨름하는 삶 자체가 온전함을 우리에게 이야기 합니다. ‘환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때에 진정한 환자눈높이의 경험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의사와 스텝의 말과 행동이 환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게 되는지 그의 묘사는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환자와 마주하는 모든 직업의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내내 하며 읽었습니다.


지금의 상식과 진리들
그때는 맞고 미래엔 틀렸다면

『하지만 우리가 틀렸다면』 위즈덤하우스, 2017

우리는 누구나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이 현대에 다시 조명되며 진리로 판명되기도 하고, 과거에 진실이라고 의심 없이 믿었던 것들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진리가 후대에 어떻게 평가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상식을 깨는 삐딱한 질문들을 마구 쏟아냅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작가 또는 예술가는 과연 누구일까? 우리는 중력과 시간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500년 뒤에 록 음악은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꿈 또는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포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민주주의를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의 지식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진리일까? 이런 질문들이 어쩌면 그럴듯한 미래의 진실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