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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을 살아보니

시론

그다지 글재주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의신보의 시론이란 지면에 글을 실을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치의신보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몇 일전 초등학교 때부터의 절친과 갑자기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친구나 저나 애들 키우고 본인의 일을 하다 보면 여유롭게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그다지 없는 게 현실입니다.

40대 중반이 되어가니 친구의 주변에 하나 둘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참 무겁다고 합니다.

저 스스로도 어려서부터 개원 초반까지는 뭔가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아플 시간도 없이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도 스스로 해보며, 감동적인 책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97세 연세로 철학과 교수님이신 김형석 선생님의 “백 년을 살아보니”란 책과,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김혜남 선생님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잘했다 싶은 일들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일본에 유학을 가게 되어 더 넓은 관점에서 교정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일, 그리고 비슷하지만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느낀 점들. 일본 유학 중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여행을 많이 한 일, 또한 후지산 정상을 등반하면서 고산병에 걸려 산소부족으로 머리가 하해지면서 죽을 것 같았지만 헉헉거리면서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동.

학문적으로도 좋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일본 구석구석 여행을 같이 해주신 은사님(73세)을 모시고 우리나라의 한라산 정상등반을 한 일.

좋은 남편을 만나고, 아이 둘을 낳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게 된 것.

첫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퇴근해오면 반갑다고 뛰어나오는데 필자는 샤넬 신발이 밟혀서 지저분해질 까봐 아이를 밀쳐냈던 내 모습과 그리고 그게 뭐라고 반성을 하면서 물건에 대한 욕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점.

까칠했던 환자분을 정성껏 교정치료해주니 정중하게 배꼽인사 하며 고맙다고 하신 일.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적극적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내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90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구순의 김형석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이 구절이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다시 20대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는다면 대답은 “노(No)”입니다. 다시 그 시절의 예민함이나 방황, 열정이 가져다 주는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며, 오히려 세월을 거치며 단단해진 나 자신이 좋고, 세상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웬만한 일들은 수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게 되어 편안한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희 원장
바른해치과
한국구강근기능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