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텍트 시대, 보고 싶은 얼굴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전 세계가 휩싸이며 민간 차원의 해외 활동이 거의 차단되었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지난 16년 동안 거의 매해 오뉴월이면 어김없이 찾아갔던 키르키즈스탄 방문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2004년 선배 안과의사의 권유로 우연히 키르키즈스탄을 방문하였다. 그 과정에서 고려인의 존재와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집단 거주지의 학교에서 고려인 3, 4세대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며칠 사이에 흠뻑 정이 들어 버렸고 아쉬운 이별의 순간에 내년에 또 오겠다고 쉽지 않은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해마다 15~20명의 치과봉사팀을 구성하여 키르키즈스탄을 방문하고 있다. 키르키즈스탄은 전체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그 곳에는 우리와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있고, 60~70년대 우리가 자랐던 고향과 거의 똑같은 시골정취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핏줄인 고려인 동포들이 2만여명 거주하고 있다. 그 것이 바로 매해 키르키즈스탄을 찾아가는 이유이다. 고려인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이다.
- 박석인 미르치과병원 원장
- 2020-09-07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