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인생과 돈
1990년대 초반이었다. 20여명의 증권회사 직원들이 회사 부근 식당에서 1차 회식을 치렀고 2차 술집으로 가기 위해 차로 이동했다. 거나하게 취한 지점장이 손수 운전을 하려 하자 젊은 직원이 지점장 차 열쇠를 낚아채 운전대를 잡고, 다른 직원들이 지점장을 밀다시피 뒷자리에 태웠다. 그때는 자가용이 흔치 않아 직원들은 택시로 따랐다. 지점장을 태운 차가 우회전하여 약 1km 정도 가다가 건널목에서 여대생을 치었다. 차를 멈춘 직원이 겁에 질려 지점장에게 애걸했다. 술은 때로는 인간의 육체를 납덩이처럼 무겁하고 정신을 아둔하게 만들어버린다. “지점장님! 사실 저는 무면허입니다. 좀 살려주십시오.” 만취한 지점장은 호기롭게 흥얼거렸다. “알았어, 그럼 내가 수습하지.” 택시를 타고 뒤따라오던 직원들은 사고 5분쯤 뒤에 사고 현장에 다다랐다. 여대생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시신을 병원으로 옮겼다. 얼마 뒤 응급실로 형사와 숨진 여대생 아버지가 달려왔다. 형사가 조서를 꾸미기 위해 누가 운전했냐고 묻자, 지점장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혀가 잔뜩 꼬부라진 상태에서 자신이라고 순순히 응답했다. 그 순간 숨진 여대생 아버지의 주먹이 고함과 함께 날아왔다. “이렇게
- 송필경 범어연세치과의원 원장
- 2016-07-19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