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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3년, 알아 3년, 썩어 3년

조선치대동문회 소록도병원, 보성 여행
오동찬 동문 ‘한센인 100년 역사’ 소개


이번 조선치대총동문회(회장 문익훈 ‧ 이하 동문회)의 역사 기행을 축약하는 소설 두 편이 있다. 이청준의 ‘그들만의 천국’과 조정래의 ‘태백산맥’. 

‘그들만의 천국’이 소록도의 병원을 무대로 한센인들의 신산한 삶과 인간 실존의 문제를 그려냈다면, 태백산맥은 이념투쟁의 극단에서 명멸하는 인간군상을 유장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이야기는 이 두 작품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국 한 가지. 휴머니즘. 

동문회는 지난 19일 전남 고흥 소록도 국립소록도 병원, 전남 보성군 태백산맥 문학관 일대로 휴머니즘을 찾는 ‘치호(齒湖)문화유산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주제는 ‘현대사의 아픔과 치유’. 오동찬 국립소록도 병원 의료부장이 ▲소록도 100년의 아픔, 김병태 원장이 ▲태백산맥 문학관, 대한민국 현대사의 자취를 찾아 라는 주제로 가이드 겸 강연도 곁들였다.

오동찬 부장의 안내로 동문회는 전남 고흥 소록도 ‘국립소록도병원’을 둘러봤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국립소록도병원(전신 소록도 자혜의원)은 1916년 한센병 환자들이 이 곳에 강제 수용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수 만 명의 피땀이 모여 현재의 규모가 갖춰졌는데, 초창기 강제노역의 역사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이청준의 ‘그들만의 천국’이다. 



소록도병원에서 눈에 띈 것은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타일벽화인데, 이곳에는 오랫동안 한센인들의 건강을 돌 본 오동찬 부장의 얼굴도 새겨져 있다. 또, 한센병에 대한 인식을 다룬 팻말에는 ‘몰라 3년, 알아 3년, 썩어 3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잠복기 3년, 병을 알고 망설이다 3년, 병이 진행돼 눈이 멀고, 팔다리가 잘린 채 살아가는 3년을 축약한 문장이다. 

오동찬 부장은 “문둥병에서 나병 그리고 한센병으로 이 분들을 지칭하는 말이 오랜 기간 차츰 변화해 왔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편견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2016년이 소록도 병원이 설립된 지 100년을 맞는 해였던 만큼 그동안 이 분들이 겪었던 강제노역과 핍박의 역사가 이제는 치유와 화합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백산맥 문화관에서 현장 강연을 진행한 김병태 원장은 “기념관을 가기 전에 정암 조광조 선생이 사약은 받은 곳인 적려유허비(謫廬遺墟碑)에 들렀는데,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던 개혁가의 쓸쓸한 말로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태백산맥 문학관에서는 해방 후 극렬한 좌우투쟁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결국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익훈 회장은 “이번 문화유산 기행은 근현대사를 소재로 우리 역사에 서려 있는 아픔과 이에 대한 치유를 모색해 보고자 마련됐다”면서 “이념투쟁에 희생된 사람들의 넋이 서려 있는 현장을 찾고, 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고통 받은 분들의 섬을 둘러보면서 그 아픔들을 공감하고, 희망의 싹을 찾는 여행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