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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쇼핑 앱 무허가 치과의료기기 구매 주의보

국내 유통 유사기기 대비 가격 최대 2배 차이
불량 체험 사례 빈번, 진료 적용 피해 우려
의료기기·관세법 저촉, 호기심 구매 말아야

 

중국발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이 박리다매를 기조로 국내 시장을 급속히 침투하고 있는 가운데, 무허가 치과의료기기의 무분별한 유통 정황이 포착돼 엄중한 주의가 요구된다.


A치과원장은 최근 들어 이용하기 시작한 ‘알리익스프레스’, ‘TEMU’ 등 중국 모바일 기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치과의료기기를 발견했다. 교정용 브라켓을 비롯해 여러 재료나 수기구 등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핸드피스부터 버(Bur)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임플란트 키트까지 판매 중인 것은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A원장은 판매가에 놀랐다. 국내 유통되는 유사 제품 대비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있었던 것. 결국 A원장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핸드피스 한 세트를 구매했다. 직접 환자에게 적용할 생각은 일절 없었고, 국내 유통 제품과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핸드피스. 저속에서 무리 없이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뒤 고속으로 전환한 순간 다소 황당한 상황에 빠졌다. 헤드 결합 부분이 압력을 못 이기고 파손되더라는 것.


A원장은 “고속으로 작동하자마자 헤드 결합부가 이탈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부서졌다. 이런 수준의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며 “만에 하나라도 진료에 사용한다고 상상해보면 아찔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B치과원장은 직접 제품을 구매한 경험은 없으나, 최근 들어 관련한 내용을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중국 쇼핑 앱에서 판매하는 치아 교정용 브라켓이 국내 유통 제품 대비 현격히 저렴해, 구매 유혹을 느꼈다는 동료의 고백도 있었다.


B원장은 “환자의 구강 내에 들어가지 않는 기기라고 해도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예를 들어 재료를 보관하는 케이스 등은 소품의 수준이기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원장은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가이드라인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실제 문제가 발생하기 전 서둘러 기관이나 단체의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수립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 “국내 치과산업 기반 우리가 지켜야”
무엇보다 중국 쇼핑 앱을 통한 의료기기 구매는 실질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행 의료기기법은 누구든지 허가 또는 인증을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은 의료기기를 수리·판매·임대·수여 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조·수입·진열도 불가하다. 만약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인증 물품 수입은 관세법 위반에도 해당해, 최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통관 과정에서 적발돼 미수에 그치더라도 본죄에 준해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호기심으로도 구매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중국 쇼핑 앱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여전히 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우선은 치과계가 스스로 엄격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송호택 치협 자재·표준이사는 “모든 중국산 치과의료기기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식 절차와 국내 유통사를 거쳐, 검증된 제품들은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며 “하지만 쇼핑앱에서 박리로 판매되는 제품은 제조사도 불투명한 데다, 안정성 측면에서 굉장히 취약하다. 특히 진료 적용 시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절대 사용하지 않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이사는 “무엇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치과의료기기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등 폐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나아가 이는 치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므로, 우리가 우리 치과계를 스스로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