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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그 불쾌한 경험

시론

병원으로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는 어딘가 아프거나 어딘가 불편하거나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내원 당시 경험하고 있는 통증이 있는 경우, 과거에 경험했던 통증에 대하여 알고 싶은 경우, 통증이라고까지 말 하기는 애매하지만 뭔가 불편함이 있는 경우 등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병원에서 진단과 검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나 그 해답을 환자가 납득할 수 없거나 환자의 기대와 다른 경우도 있다.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만족스럽지 못하다거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도 있다.

진료실에서 수 많은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들은 만족스러운 진료와 치료를 받은 많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불만족을 드러내는 환자들도 만나게 된다. 그 불만족의 시작이 어디부터인지 추적하려면 기억과 환자기록들을 되짚어가며 고민하게 된다. ‘어디부터 잘못 된 것인가?’, ‘잘못 된 것이 맞나?’, ‘내 진단이 잘못 되었나? 치료가 잘못 되었나? 그럴 리가 없다.’ 등 많은 생각이 잔뜩 찌푸린 환자의 얼굴을 배경으로 흘러 갈 지도 모른다.

‘통증(Pain)’에 대하여 국제통증학회(ISAP: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는 ‘실질적 또는 잠재적인 조직 손상 및 손상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불쾌한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통증은 말초적 자극 및 중추적 신경자극에 의해 모두 나타날 수 있다. 조직을 손상시키는 자극이 가해진 후 통증을 느끼게 되기까지 변환(transduction), 전달(transmission), 조절(modulation), 지각(perception)등 일련의 복잡한 전기적, 화학적 반응을 거치게 되며, 신경계에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에 의해 통증이 조절된다. 신경섬유와 신경핵뿐만 아니라 감각-식별 시스템, 동기-정서 시스템, 인지-평가 시스템 및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등의 생리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통증을 경험하기 전 통증을 조절하고 전달하는 인체의 시스템이 이처럼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보니 환자마다 통증에 대한 표현과 수용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치과에서 치료 받고 나서 없던 증상이 생겼어요.’라는 주소를 호소하는 경우 환자의 말을 더욱 주의 깊게 듣게 된다. 나의 진료를 받은 경우, 같은 병원의 다른 치과의사의 진료를 받은 경우, 타 병원의 치과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경우 등 환자의 과거 경험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도 맞춰가야 한다. 환자의 현재 증상이 어떤지 주의 깊게 다시 파악하고, 환자의 이전 치료를 직접 한 경우 환자의 증상이 이전 치료와 연관성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별도로 발생한 것인지, 치료 과정 또는 결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인지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병원의 타 치과의사의 진료를 받은 경우 해당 주치의와 깊이 상의 해 볼 필요가 있다. 환자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선행 치료에 대한 어떤 불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치료를 행한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타 병원의 치료에 대한 불만이나 남아있는 통증 등으로 내원한 경우 치과의사의 진료의뢰서에 치료과정 등이 자세히 적혀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환자의 말만 있는 경우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치과치료 자체를 두려워한다. 치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긴장감을 더욱 불러일으키며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생긴다. ‘아파서’가 아니라 ‘아플 까봐’ 잔뜩 몸에 힘을 주고 긴장 한 채 치료를 받는다면 긴장한 몸이 치료 후 집에 가서 욱신거리고 아플 수도 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있는 힘껏 입을 크게 벌리고 치료를 받았다면 진료 후 입이 다물어지지 않거나 귀가 후 턱이 아프거나 관절잡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치과치료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그 경험의 시간이 끝나면 긴장을 풀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치료 후 ‘뭔가 이상하고 불편한’경험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치료 전 환자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 과정과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에 대한 설명을 하고 치료 중이라도 환자가 힘들거나 불편하면 ‘왼손 들기’등의 표현을 하도록 알려주어 치료 과정 중 환자가 무리하여 치료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치료 전 환자의 치아와 치주뿐만 아니라 턱관절, 구강점막 등을 잘 살펴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병적 징후는 없는지 미리 살피고, 발견된 사항에 대하여 환자에게 사전에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인간의 몸은 치료 후 치유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치유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통증인지 그렇지 않은 다른 이유로 생긴 통증인지에 그 원인요소를 차근히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환자를 보는 바쁜 과정 중 그럴만한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할 수도 있으나, 환자의 통증 해결을 위한 노력은 임상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수경 경희치대 구강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