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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치과vs의과 영역분쟁은?

1933년 여수 치과의사 구강매독 치료
구강질환이냐 전신질환이냐 ‘영역논쟁’

"의사와 치과의사와의 업무범위는 명백히 구별되어 설사 치과환자의 병이 치과 이외의 내과 혹은 외과적 원인에서 일어났을 경우에도 그 원인에 대하여 곧 치료를 가한 것은 치과의사로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당연히 의사법에 위반일 뿐 아니라 가령 치과치료를 목적하는 것이라 하지마는 치과 이외의 치료를 전문가가 아닌 치과의사에게 일임하는 것은 위험하기 끝없는 일로 국민위생상 좋지 못함은 상식으로 알 일이다.”(의사회 측)

2016년 보톡스, 프락셀 레이저와 관련한 송사에서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 사건의 ‘증조부’ 격인 1933년 매독치료를 둘러싼 치과와 의과 간의 싸움에서 재판부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줬을까?

최근 이해준 대한치과의사학회 부회장(전 치협 감사)이 치과의사학회지(통권40호)를 통해 발표한 ‘동아일보 기사로 살펴본 최초의 의학, 치의학 영역분쟁’ 제하의 논문은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목을 끄는 요소들이 많다. 

# 구강매독, 전신질환인가 치과질환인가

사건개요는 이렇다. 때는 1927년. 조선치과의사회 총회(현재의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 격)에 치과의사의 진료 영역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다. 내용은 이렇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개업하고 있는 치과의사 우스이 쓰네히데 원장이 원발성 매독으로 치조 농루가 생긴 환자를 치료하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항균제의 일종인 ‘살발산(salvarsan)’을 환자에게 주사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의사회에서는 우스이 원장의 행위가 의사의 업무범위를 침해했다고 판단, 해당 치과의사를 고소했다.

이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 것은 1933년 경이다. 당시 동아일보는 “일개 치과의사가 던진 돌이 전조선적 대 파문을 일으키어 크게 주목의 초점이 되었던 사건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우스이 원장은 1심과 2심에서 “치과의사의 업무범위는 치과에 국한되나 여기(치조농루)에 대하여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당연한 임무요 의사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받았지만, 검사는 이에 항고해 고등법원의 공판이 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 측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인 감정인이 채택됐다. 재판부가 치과의사의 살발산 주사의 적절성을 감정할 감정인으로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의학부 히로타 야스이(의사) 교수를 채택한 것이다.

이에 맞서 치과의사 측 역시 일본치과의사협회 등의 감정, 동경제대 슈슈끼 박사 등의 의견서를 동원하는데, 당시 보도에 따르면 피고 측은 “원칙적으로는 치과의사의 권한이 아니나 예외로 치조농루에만은 치과의사의 범위로 하는 것이 타당한 줄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줬을까? 1933년 12월 12일 동아일보는 치과의사회에 ‘비보’를 전한다. “구강매독은 전신질환, 치의는 치료권한이 없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1, 2심의 원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우스이 쓰네히데 원장에게 벌금 백원(약 40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의사인 감정인들의 감정을 종합해 “병상이 구강내에서 인정되었다 치더라도 치료상으로는 전신질환으로 취급한 것이므로 정맥에다 살발산 주사를 해 구강매독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면허를 받아 의업을 하는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함석태 선생(당시 한성치과의사회장)은 “법관들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권한을 분리해 보나 그리 구별될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같다. 치과의 병으로 음식을 못 먹을 때에 관장을 하던지 열이 오를 적에 해열제를 쓰던지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병이든 국소에서 전신으로 퍼진다”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논문을 집필한 이해준 부회장은 결론에서 “당시 치과계는 판결에 크게 실망했는데, 2016년 대법원에서 보톡스, 레이저와 관련 승소한 것은 역사적으로 83년 만에 수치의 한을 푼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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