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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영 원장의 ‘동네치과에서 구현한 디지털 워크플로우’

디지털 치과 탐방/디지털장비로 발 디딜 틈 없는 40평 치과(상)
최적 조합 몰두, 6개월 시험운영 뒤 치기공사 고용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장비 ‘디지털은 현재진행형’


개원가에 Digital Dentistry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한지가 벌써 십년. 그러나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 같다’는 개원의들이 많다. 때론 선생님에게 배우는 지식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듣는 설명이 더 이해하기 쉬울 때가 있다. 일반 동네치과 원장의 눈높이로 시작해 스스로 탐구한 조합으로 40평 치과에 디지털 세상을 구현한 천세영 원장(인천 도화굿모닝치과의원, 인천지부 국제사업이사)의 병원을 찾아가 봤다. 천세영 원장으로부터 ‘내 치과에서 구현 가능한 디지털 치의학’을 들어봤다.  

“오전에 스캔을 하면 오후에는 보철물을 완성해 환자 치료를 끝냅니다. 임프레션은 저희 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죠. 이제는 평범한 동네치과에서도 디지털 장비들을 사용해 구강스캔에서 보철물 디자인, 밀링, 최종 치료완료까지 ‘모델리스(modelless)와 원데이 보철, 교정 및 가이드 임플란트 수술, 즉시보철수복  워크플로우’를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치과에 들어서자 대기실 한 켠에 원래는 파우더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밀링머신이 돌아가고 있다. 환자들은 투명한 유리 속에서 어금니 모양으로 변해가는 지르코니아 블록을 한번쯤은 넋을 놓고 바라본다. 다른 치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신기하다. 

천세영 원장이 기자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수술실로 부른다. 이왕 보는 거 치과에서 완성한 보철물을 직접 장착하는 장면까지 보라는 것이다. 진료하는 모습은 어느 치과나 익숙한 풍경이고 임플란트 수술실 한 켠에 놓인 3D프린터가 눈에 띈다. 조금씩 브릿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템포러리용 소재를 적층해 가며 보철물을 만드는 모습이 밀링머신과는 또 다르다. 밀링 버가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3D프린터의 매력이라는 게 천 원장의 설명이다.

치위생사가 오랄스캐너로 환자의 구강 내를 스캔하는 과정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임프레션 없이도 보다 정밀하게 모형제작이 가능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데도 편리하다. 환자가 편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불편한 인상재를 입안에 가득 물고 있을 일이 없다.

천 원장과 스탭들이 락커룸으로 사용하던 공간은 기공용 랩이 됐다. 치기공사가 밀링머신이나 3D프린터에서 나온 보철물을 갖고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원장실에는 캐드작업을 위한 서너개의 모니터가 돌아가고 있다. 천 원장이 직접 서저리 가이드나 투명교정용 스플린트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임플란트 식립 포인트를 짚어 서저리 가이드를 디자인하는 과정이 거침이 없다.

천 원장은 “디지털 장비의 활용이 시간의 단축 뿐 아니라 술자의 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인 진료도 담보 한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치과의사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천세영 원장의 병원은 이렇게 디지털 장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동네치과가 구현할 수 있는 공간 활용의 최대치로 보였다. 유일한 단점은 스탭들의 쉴 공간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는데, 한 스탭은 “이런 장비를 갖춘 치과는 처음이다. 원장님의 열정을 존경한다. 우리 치과의 자부심이라고 어필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국산 장비 발전으로 더 넓어진 선택지
   오랄스캐너는 치과 필수장비 될 것

천세영 원장은 원래 교정을 전공한 동네치과의사. 그러나 지역에서는 임플란트를 잘하는 병원으로 더 소문이 나 있었다. 디지털장비와는 거리가 먼 개원의였지만 웃을 수 없는 개인사가 디지털 치의학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천 원장의 치과가 있던 메디컬센터 건물이 갑작스럽게 부도를 맞게 된 것. 어수선한 분위기 속 환자는 줄기 시작했고, 천 원장의 병원도 기로를 알 수 없게 됐다. 진료보다 원장실에서 영화나 미드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 가서는 동네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러다 문득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러운 주의를 치과 디지털장비 탐구 쪽으로 돌렸다. 신세계가 펼쳐졌다.

천세영 원장은 “각각의 장비를 알아보고 다양하게 조합해 보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외산과 국산 장비들의 특장점을 파악해 가며 서로 보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조합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머리와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산은 제품 퀄리티가 높은 대신 장비가 고가라는 단점이, 국산은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국산 장비의 성능이 올라왔고 최적의 조합을 위한 접점이 찾아졌다. 성능과 비용을 저울질하며 나름대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갔다”고 밝혔다.

그렇게 디지털장비 전문가가 돼 가는 동안 부도난 건물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같은 건물에 개원하고 있던 의과 원장이 병원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바로 그날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장비 업체 직원을 불러 장비매입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본격적으로 디지털장비로 가능한 진료에 대한 실험 작업을 진행했다. 스캔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최종 보철물을 뽑아내 장착하는 과정까지 안정적인 워크플로우를 만드는데 6개월이 걸렸다. 이렇게 자신 있게 운영 가능한 워크플로우가 마련됐다는 생각이 든 순간, 치기공사를 고용해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빠르게 보철진료가 끝난다는 입소문이 돌자 임플란트 환자가 더 많아졌다. 자신의 주 전공분야인 교정임상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많았다. 천 원장의 작은 동네치과가 디지털 치과로 다시 태어났다.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