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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의학 박물관 여행(1)

Relay Essay 제2296번째

미국의 5월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었다. 시인은 이런 날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하였는데, 필자는 특별한 두 분과 함께 치의학을 찾아서 7박 9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목적지는 3곳이었고 모두 치의학 박물관이었다. 첫 번째 장소는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Maryland) 볼티모어(Baltimore)에 있는 Dr. Samuel D. Harris National Museum of Dentistry, 그 다음에 찾아간 곳은 미국 중북부에 있는 미시간주(Michigan) 앤아버(Ann Arbor)의 Sindecuse Museum of Dentistry, 여행의 마지막 대미는 미국 중동부 오하이오주(Ohio)의 작은 시골 마을 베인브릿지(Bainbridge)에 있는 Dr. John Harris Dental Museum이었다.

볼티모어의 메릴랜드 치과대학에 있는 치의학 박물관은 2008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소아치과학회를 참석하는 동안 첫 방문이 이루어졌다. 호기심 차원에서 들렀던 치의학 박물관은 필자에게 새로운 지평을 안내하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치과박물관’과 ‘치과의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치의학 박물관 여행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2008년, 2011년, 2014년, 2017년, 2018년 매번 박물관에 동행하는 사람도 달랐고, 박물관의 전시물도 크든 적든 변화가 있었다. 영화의 제목처럼 볼티모어에 있는 치의학 박물관은 살아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남기를 소망한다.

디트로이트(Detroit) 근처의 대학도시 앤아버에 위치한 미시간 치과대학에 있는 Sindecuse 치의학 박물관은 이번 방문이 처음이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미시간 치과대학은 필자의 고향 광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주 기독병원에서 약 22년(1964~1986)동안 치과 선교활동을 하신 Dick H. Nieusma(1930~ )가 바로 미시간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미시간 치대에서 배웠던 치의학 지식은 수많은 환자뿐만 아니라 한국의 치과의사들에게도 전수되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미시간 치과대학 로비에 있는 치의학 박물관이 다른 박물관과 달리 한결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신시내티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거리에 떨어져 있는 베인브릿지(Bainbridge)는 겨우 900여명만이 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 치의학적으로 매우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Dr. John Harris Dental Museum이 있다. 베인브릿지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곳은 미국 치의학 아니 세계 치의학의 효시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4년 전에 이미 한 번 왔던 곳이지만 그때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John Harris(1798-1849)와 그의 동생 Chapin Harris(1806-1860)에 관한 치과의사학적 스토리를 알고 치과 박물관을 둘러보니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남다르게 보였다.

박물관(Museum)은 뮤즈(Muse)들이 살고 있는 집을 뜻하며,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과 학문의 여신이다. ‘예술’과 ‘학문’은 치과의사를 직업적으로 정의할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단어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치의학 박물관은 치과의사가 한번쯤은 가볼만한 여행 장소라 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실제로 치의학 박물관은 치과의사들의 학문적 및 사회적 활동들이 유물과 작품을 통해서 예술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즉 치의학과 관련된 기억의 저장소라 해도 손색이 없다. 7일 동안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3곳의 미국 치의학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일어난 몇 가지 에피소드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치밀한 계획을 갖고 출발한 미국 여행이었기에 첫날 일정은 매우 순탄하고 알차게 보내는 듯 보였다. 비행기는 워싱턴 D.C.에 잘 착륙하여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차량으로 첫 번째 목적지 치의학 박물관이 있는 볼티모어에 오후 2시쯤 도착하였다. 다음 날 치의학 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도착 당일에는 존 홉킨스(John Hopkins)병원과 대학 교정을 수박 겉핥기로 보고 이곳저곳에서 인증 샷도 남겼다.

저녁 식사로 이너하버 필립스 레스토랑에서 볼티모어의 별미 블루 크랩을 맛보면서 내일 일정을 확인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그것은 바로 구글링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치의학 박물관 휴관 알림이었다. 곧바로 박물관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그곳에서는 휴관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구글과 박물관 홈페이지 중에서 어떤 것이 맞느냐에 따라서 여행 일정표의 운명이 달려있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박물관 개관 시간에 맞춰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갔는데 구글의 정보가 정확하였다. 그래서 모두가 구글구글 하나보다. 허무하게도 임시 휴관의 이유는 박물관 직원들의 워크숍이었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박물관을 구경하고 항공편으로 디트로이트를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였다. 볼티모어에서 하루 밤을 더 머물 수밖에 없었고, 다음 목적지인 디트로이트에서의 호텔과 일정도 변경하였다. 정신적 그리고 경제적 내상으로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행은 멈출 수 없었다. 치의학 박물관 관람은 내일로 미룬 후 메릴랜드 치과대학 병원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한국에서 없던 용기가 외국에서는 나도 모르게 용기백배하곤 한다. 이번에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작정 도전하였다. 메릴랜드 치과대학 병원 안내 데스크에서 한국에서 왔다고 나를 소개하면서 병원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였다. 역시 이번에도 수월하게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소아치과 진료실을 보고 싶어 그곳에서 나오는 직원에게 안내 데스크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하였더니, 잠시 후에 한국인 소아치과 여자 수련의를 데리고 나왔다. 레지던트 2년차 선생님과 함께 소아치과 외래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고 한국어 음성으로 친절한 안내까지 받았다. 꿩 대신에 닭이라고 치의학 박물관 대신에 치과병원, 볼티모어 오리올즈 구장 투어, 베이브 루즈 박물관, 렉싱턴 마켓으로 나름 알차고 보람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여행에서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은 반드시 열린다”를 몸소 체험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다음에 계속>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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