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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대 이집트에 치과전문의가 있었다고?

고대 이집트와 치의학의 풍경
금 와이어로 동요치 고정키도


간단한 퀴즈다.
1. 고대 이집트에는 치과의사가 있었을까?
2. 람세스 2세의 치아상태는 어땠을까?
3. 페니키아의 보철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는 의사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눈과 관련된 질환(안과), 심장에 관련된 질환(순환기내과), 소화기질환(소화기내과), 치아와 관련된 질환(치과)에 특화된 의사들이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신탁에 의지해 만병을 한 의사가 관장하는 원시적인 차원의 의술이 아니라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갖고, 각 분과의 ‘전문의’가 활동했다는 놀라운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치과는 어땠을까? 이집트인들의 무덤에 새겨진 기록을 살펴보면, 고대 이집트의 특정시기에는 약 150여 명의 의사들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 중 치과만 전담하는 의사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9명까지 활동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카이로 근처의 사카라(Saqqara) 유적지에서 발굴된 목판에는 최초의 치과의사인 헤시라(Hesyre)의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기록에는 “헤시라는 의사이자 치과의사다”라고 새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순전히 추정이지만, 신왕국 전성시대에는 룩소르에만 100만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었다고 하니, 영리행위가 있었다고 가정을 한다면 고대 이집트의 치과의사는 행복한 직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BC1279년에서 BC1213년까지 군림하며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를 이끈 람세스 2세의 치아 상태를 보면 그는 이런 ‘치의학의 세례’를 전혀 받지 못한 불행한 왕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고고학자들이 람세스2세와 아멘호테프3세의 미라를 촬영한 방사선 영상을 살펴보면, 그들에게는 심한 치아마모, 치주질환 그리고 치근단 농양이 보였으나 치과치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치아마모와 치아농양은 왕족 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에서 관찰됐다고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두개골에서는 치주질환으로 인한 치조골 손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치근에 과도하게 축적된 치석으로 생각되지만, 그것을 제거하기 위한 기구나 시술의 흔적은 발견된 바가 없다.

기자(Giza)의 3대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시기에는 치아우식이 대폭 증가했다는 증거가 있다. 기자 피라미드의 분묘에서 발견된 500여 구의 귀족 유골을 분석한 결과, 치석, 치아우식, 치아농양의 유병률이 현대 이집트인의 유병률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아마도 탄수화물의 대량 섭취가 시작된 시기와 관련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BC1500년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에버스 파피루스에는 놀랍게도 심장과 심장의 공급에 관한 전문 의학지식이 적혀 있었다. 이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신체 장기 및 혈관계에 대한 비교적 높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체의 미라처리 과정에서 진행된 해부와 관계있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에버스 파피루스에 적힌 700여 가지의 처방 중에는 치아와 구강질병을 위한 파우더와 연고의 조제법도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BC3000년 경을 기원으로 삼는 페니키아인들의 보철실력도 지금 시각으로 보면 놀랍다. 고대 페니키아의 도시인 시돈(Sidon)에서 발굴된 치아에는 ‘브릿지’라고 불러도 좋을 보철치료의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

발견된 치아에는 2개의 견치와 4개의 절치를 금 와이어로 묶은 형태로, 두 개의 절치는 치근단부를 잘라내 평평하게 함으로써 수평으로 엮은 금 와이어에 수직으로 또 다른 금 와이어를 엮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귀족의 것으로 추정되며, 턱뼈의 흡수로 보아 심한 치주염으로 고생했고, 동요도가 심한 치아를 고정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참조 도서 : 전문직 치과의사로의 긴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