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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의학 박물관 여행(3)

Relay Essay 제2298번째

<2621호에 이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Bainbridge Dental Museum에서도 낙담, 간절과 환희가 있었다. 아침 일찍 클리브랜드 클리닉(Cleveland)을 살짝 구경한 후, 클리브랜드에서 3시간 30분 동안 차로 달려와서 박물관 폐관 1시간 전인 3시쯤에 도착하였다. 분명 치과박물관은 토, 일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인데 박물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내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아직 1시간이나 남아있으니까.



4년 전에 방문했을 때 박물관에서 자원봉사하신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났고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비를 맞으며 치과 박물관의 옆집과 동네 슈퍼에서 박물관 담당자 연락처를 아느냐고 물어봤지만 허사였다. 마침 세월의 포스가 느껴지는 레스토랑이 눈에 띄어 무작정 들어가서 주인처럼 보이는 할머니에게 문의하였다. 한국에서 치과 박물관을 구경하러 왔다하니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로 물어보겠다고 하였다. 20여분이 흐르니 담당자와 연락이 되었고 15분후에 치과 박물관 문을 열어준다고 하였다.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수없이 표시하였고 인증샷도 찍었다. Angje와 Connie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박물관으로 돌아오니 담당자가 와 있었고 여기 저기 둘러보고 있으니 어떤 여성분이 오셨다. 담당자가 여성을 소개할 때 내 귀에 mayor라는 단어가 생생하게 들렸다. 그 분에게 받은 명함에 Village of Bainbridge라고 적혀있었다. 우리로 하면 ‘동장’쯤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레스토랑 사장님에게 연락을 받은 동장님이 박물관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오늘 우리의 먼 길 드라이빙이 헛수고가 되지 않게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간절한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 결국 문은 열린다는 경험을 하였다. 두드려라. 그러면 문은 열릴 것이다. 이 말을 이렇게 좀 수정해야겠다. ‘움직여라. 그래야 문이 열릴 수 있다.’

치과 박물관이 오하이오주 Bainbridge에 있어서 그런지 Bainbridge Dental Museum이라는 명칭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왜 치과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는지 그 배경을 알게 된다면, 이 박물관의 공식 명칭이 Dr. John Harris Dental Museum이어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곳은 원래 Dr. John Harris(1798-1849)의 집, 치과, 학교였다. John Harris는 1820년대 초반에 신시네티주의 작은 마을에서 일반 의원을 운영하였다. 그러나 John Harris는 치의학에 관심이 더 많아서 Bainbridge로 이주하였고 1825년부터 1830년까지 치과를 개원하였다. 1827년부터 최소 3년 동안은 Bainbridge에서 의과대학 진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개인 치과가 학교로서의 기능도 하였다. 대략 9명의 학생들을 제자로 두었는데 그중에 8명은 나중에 치과의사가 되었다. 


John Harris의 제자들이 남긴 업적은 치의학 역사책에 등장할 정도로 대단하다. 그 면면을 살펴본다. John Harris의 동생 Chapin Harris는 1840년 세계 최초의 치과대학을 설립하는데 일조하였다. John Harris의 또 다른 동생 James Harris는 콜럼버스와 랭카스터에서 개원한 치과의사였다. 또 한 명의 제자 Dr. James Taylor는 184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치과대학인 Ohio College of Dental Surgery가 개교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오하이오 치과대학은 치과의사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1866년 세계 최초로 여자 치과의사 Lucy Hobbs Taylor(1833-1910)를 배출하였기 때문이다. James Taylor의 동생인 Joseph Taylor는 신시네티에서 유명한 치과의사였다. 모두들 현재 치과박물관인 이곳에서 John Harris로부터 치의학 교육을 받아 치과의사가 되었고, 그들은 저마다 승승장구를 하였다. 그래서인지 Dr. John Harris Dental Museum은 ‘Cradle of Dentistry’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글이 3편에 이르러서야 그 끝을 보게 되었다. 7박 9일 동안 3곳의 미국 치의학 박물관 여정은 글자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 같았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다른 어떤 여행보다 감동이 더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기간동안 내 몸에 분출되었던 4가지 호르몬은 그 동안 싸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하였다.   

여행에서 먹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앤하버에서 유명한 한국식당에서 소맥으로 단합을 다지는 미국 대학생들을 보면서 바비큐를 즐겼고, 클리브랜드에서는 추신수가 마이너리그 시절 즐겨 찾던 코리아 하우스에서 해물탕을 맛보았고, 신시네티에서는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에 칼질을 하였고, 귀국 전날 시카고에서는 어쩌면 한국보다 더 맛있는 김치찌개로 성대한 마무리를 하였다. 미국에서 즐기는 맛집 투어는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였고 저녁에는 디저트로 숙면까지 선사하였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처럼 나 자신에게 물어봐도 정말 당당하게 떠날 만큼 뭐든지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뿌듯한 마음을 갖고 버킷 리스트에 포함되었던 미시간 치과대학의 치의학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둘러보는 동안 상당한 양의 도파민이 방출되면서 작은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한 동행자 두 분과 함께해서 더 각별했던 것 같다. 여행 중 발견한 새로운 사실 하나는 3명 모두 닭띠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면에서 호흡이 척척 맞아 천성 닭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이 가져다 준 옥시토신은 세 사람 간에 더욱 더 친밀감과 신뢰감이 굳건해지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해 주었다. 이번 여행기간동안 많은 배려와 수고를 해주신 유재식, 이상호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치의학 박물관과의 첫 만남은 세렌디피티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치과 박물관이라고 하면 세계 어디에 있든 죽기 살기로 찾아가고 있다. 누가 오라고도 안하고, 누가 가라고도 안한다. 단지 재미가 오라하고 흥미가 가라한다. 대한민국에도 언젠가 세계에 내놓을만한 치의학 또는 치과 박물관이 만들어지길 소망하면서 미국 치과 박물관 여행기를 맺고자 한다.

권 훈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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