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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빛나는 심심산골 계곡 트레킹길

패밀리 바캉스 걷기여행 –홍천 용소계곡 트레킹

           
산수(山水) 좋은 홍천의 여러 걷기여행길에서 걷기꾼들이 단연 첫손에 꼽는 길은 용소계곡 트레킹길이다. 안 걸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걸어본 사람은 없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용소계곡 트레킹길은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소계곡은 주말에도 걷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산한 편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코스 시작점과 종점을 연계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그러다보니 대절버스를 이용한 단체 이용자가 많은 편이고, 개인적으로 가더라도 자가용 두 대를 이용해 한 대를 종착점 주차장에 두고 다른 한 대로 시작점까지 간 후 걷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필자가 용소계곡을 처음 찾았던 10년 전에는 오지 트레킹 코스로 첫 발을 떼었지만 몇 년 전 용소계곡에 대한 전체적인 탐방로 정비가 이뤄지며 걷기가 한결 편해지고 길찾기도 쉬워졌다. 예전에는 바짓가랑이 걷고 수심 얕은 계곡을 건너면서 트레킹을 마무리했으나 지금은 그 자리에 대형 현수교가 놓여 건너기는 편해졌으나 예스런 맛은 조금 줄어들었다.



에메랄드빛 신비로운 소(沼)의 환상 릴레이!

계곡 시작점인 내촌면 광암리 부근에 트래커들을 위한 주차장이 최근 마련됐다. 이곳에 주차하고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좁은 포장도로를 잠깐 걸으면 오른쪽으로 ‘홍천9경 제7경 용소계곡’이라고 크게 써 붙인 계곡 트레킹길 입구를 만난다. 계단을 따라 잠깐만 내려가면 마음 속 묵은 때까지 싹 씻어 갈만한 우렁찬 계곡 물소리에 잠시 정신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몇 해 전 닦아낸 오솔길도 어쩜 그렇게 단아하게 잘 만들었는지 모른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닦아낸 이 길은 주변 돌로 석축을 쌓아 발이 딛고 나갈 공간을 열었다. 물 가까이 큰 바위가 있는 곳은 산비탈을 잠시 오르내리는 등 자연지형에 순응하며 길을 내어 더욱 마음에 든다. 

용소계곡 물길 따라 움푹 패인 바위들이 열을 짓는다. 계곡물과 친구 되어 가없는 세월을 보낸 바위들이 물길을 부드럽게 받아 슬라이딩시키며 계곡을 이룬다. 가끔 바위에 뒤채여 물이 크게 떨어지는 곳은 어김없이 깊고 푸른 물의 소(沼)가 신비로운 색감으로 눈길을 잡아 끈다. 계곡물을 양껏 먹고 자란 나무들은 걷는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넓게 드리운다. 물은 많으나 햇볕은 부족한 골짜기의 특성대로 물을 좋아하는 참나무류의 활엽수가 짙은 숲을 이룬다.

첫 번째 구간의 종착점은 ‘개암2교’ 다리가 있는 곳이다. 첩첩산중 오지를 걸어 나온 터에 갑자기 나온 포장도로와 현대식 교각은 살짝 의외다. 계곡트레킹길은 그대로 직진하지만 다리 건너편에 보이는 화장실이 이 길이 끝날 때까지 만나는 마지막 화장실이다. 

너래소에서 식사 후 즐기는 물놀이와 해찰

첫 번째 계곡 숲길 끝에 만난 포장길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짙은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간 계곡길은 물소리 가득 찬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가늘게 이어진다. 조금 전 걸었던 길보다 더 자연스런 이 길은 한걸음 한걸음이 아까울 만큼 고운 풍경을 선사한다. 

용소계곡 중 가장 폭이 넓은 너래소는 단체 여행자 100여명이 도시락을 먹고, 물놀이도 하며 쉬어갈 만한 넉넉한 그늘을 품었다. 소(沼) 가까운 곳은 실타래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고 할 만큼 수심이 깊으므로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소 하류로 갈수록 물은 얕아지고 폭은 넓어지므로 수심이 무릎이나 허리 정도 되는 곳에서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식혀갈 수 있겠다.



너래소를 지나면 길은 더 좁아지고 은밀해진다. 길옆으로 용소계곡 스토리텔링 안내판이 성실하게 붙어 있어서 간혹 읽어보지만 내용은 조금 식상하다. 계곡길을 한 시간 정도 걷다보면 생경한 공터에서 괘석리 삼층석탑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왜소해 보일 정도로 품이 좁은 삼층석탑은 고려시대부터 홀로 천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왔단다. 어쩌면 이 좋은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있으니 복 받은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삼층석탑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에 한 때 탑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으나 호랑이가 나타나 이를 저지하여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았다는 전설이 흥미롭다.

지난 7월 초 이 길을 방문했을 때는 석탑 부근부터 계곡 길을 넓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주 작은 굴삭기 한 대와 인부들이 본래의 좁은 오솔길을 산 쪽으로 밀어붙여 곧게 펴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구슬땀 흘리며 작업을 하던 인부에게 물어보니 계곡 최상류까지 점차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길을 넓혀갈 예정이란다. 어쩌면 자연스런 용소계곡 옛길 트레킹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용소계곡 문턱이 낮아지는 계기가 되겠지만 비밀아지트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은 아쉬움도 없지 않다.





용소계곡 트레킹 정보
▶출발지 주차장: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광암리 693-2
▶도착지 주차장: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899
▶걷는 거리: 총 9km
▶걷는 시간: 5시간 내외(식사 및 쉬는 시간 포함)
▶기타: 코스 내 매점이나 식당이 없으므로 도시락과 식수 사전 준비 필요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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