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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호수, 소나무, 커피, 바다가 빚는 향기로운 길

이 계절, 걷기 좋은 길 –강릉 바우길 5구간(해파랑길 39코스)


바람이 분다! 파도 위를 날아 육지에 상륙한 시원한 바닷바람에 강릉의 솔향기가 더해진다. 해변을 따라 길게 띠를 이루며 4km 정도 이어지는 해송숲은 강릉을 커피의 고장으로 올려놓은 안목해변(강릉항)에서 북진한다. 강릉을 대표하는 걷기여행길인 강릉 바우길 5구간이 바로 이 길을 지난다. 바우길 5구간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 770km 50개 코스 중에 39코스와 노선이 정확히 겹치는데, 걷기여행길 방문객 규모면에서 동해안 톱클래스에 들어가는 명품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바우길 5구간은 사천진항 출발해 남항진해변 솔바람다리 부근까지 약 16km를 남진(南進)한다. 하지만 코스 후반부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집중되므로 코스 종점인 남쪽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걷는 것이 더 좋다. 남쪽 출발점인 남항진해변에서 걷기를 시작한다면 16km를 다 걸어도 좋지만 오래 걷기에 익숙지 않을 경우 출발점에서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까지 7km만 걸어도 핵심은 거의 지나는 셈이니 걷기부담을 줄여 걸을 수 있다.

솔바람다리 건너 커피향 그윽한 안목해변으로

남쪽에서 걷기를 시작할 곳은 바람을 형상화하여 디자인한 남항진해변의 솔바람다리다. 남항진해변과 강릉항 사이를 관통해 바다와 합쳐지는 강릉 남대천 물길을 건너는 솔바람다리는 사진 찍으러 오는 청춘남녀들로 늘 북적일 정도로 경관이 좋다. 거칠 것 없이 뻗어나간 푸른 바다의 수평선과 유려한 곡선으로 개천을 건너는 솔바람다리의 어울림이 좋은 덕분이다.



솔바람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커피해변으로 유명한 안목해변(강릉항)이다. 이곳이 커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에 대해서 몇 가지 해석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현지 주민인 강릉 바우길 관계자에 따르면 안목해변 북쪽에 오래전부터 있던 커피자판기의 커피 맛이 유독 좋았던 것이 커피해변으로 이곳이 이름을 떨친 결정적 이유라고 한다. 자판기커피 맛이 좋아봤자 얼마나 대단할까 싶지만 자판기 앞으로 펼쳐진 시원한 바다풍광과 뻥 뚫린 파란 하늘을 보면 이곳 커피맛의 절반은 이 탁 트인 풍광에 기댄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목해변을 지나면 강릉이 자랑하는 4km의 해송(곰솔)숲길로 발걸음이 빨려 들어간다. 주민들의 산책로로도 큰 사랑을 받는 이 해송길을 걷다보면 왜 강릉을 소나무의 고장이라고 부르는지 체감하게 된다. 강릉의 바닷가를 이 끝없이 펼쳐진 해송군락이 지킨다면 내륙은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덩치 큰 숲을 이룬다. 내륙의 소나무도 이 길을 걷다보면 경포호수 부근서 만나게 된다.



바닷가 방풍림으로 오래 전에 조림한 해송숲의 물결은 끝이 없을 듯 이어진다. 청신함이 온 몸을 감싸는 이 해송숲길은 그야말로 천천히 오랫동안 걷고 싶은 길이다. 여름이면 꽃잎을 활짝 펼치는 맥문동이 소나무숲 밑에 몽환적인 보랏빛 꽃안개 군락을 피워내므로 지금 이 계절이 딱 좋다. 

해송숲길의 북쪽 끝에서는 조형미가 남다른 강문 솟대다리를 건너 경포해변으로 넘어가게 된다. 강문 솟대다리 부근서도 여행자들은 한동안 머물다 가는데,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이 꽤 잘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 하나씩 갖고 다닌다는 셀카봉 사진의 최적지라고나 할까?

경포호수 돌아 물회의 고장 사천진항으로

안목해변이 커피거리라면 경포해변은 모텔과 호텔로 대변되는 해변 숙박의 중심지다. 경포해변 북쪽은 대형횟집이 즐비한데, 물회와 회덮밥을 만 원대 초반에 다소 저렴한 비용으로 맛볼 수 있다. 강릉 물회는 이 코스의 북쪽 종점인 사천진항이 특별히 잘하기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곳까지 걸어갈 수 없다면 이곳 경포해변 물회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식당마다 맛의 편차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포해변에서는 길 안내사인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와 경포호수 외곽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걷게 된다. 이때 강릉을 대표하는 여러 인물 중 한명인 허난설헌의 생가복원지(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를 거치도록 걷는 길이 되어있는데, 생가복원지 부근의 금강소나무숲이 아주 좋아서 탄성을 자아낸다.

이후의 경포호수길은 한 여름 분홍 연꽃를 밀어 올리는 경포습지생태공원을 지나 동해안의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에 오르기도 한다. 경포호 외곽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다시 경포해변 북단에서 파돗소리를 들으며 걷는 해송숲길이 나온다. 약 15분간 이어지는 이 해송숲길이 끝나면 해변도로를 따라 사천진항까지 약 한 시간 정도 걷는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구간이지만 경유하는 사근진, 순긋, 순포 해변의 순하고 정겨운 이름들과 그 너머 펼쳐지는 수평선이 무료함을 달랜다. 해안으로 이어지는 바우길 5구간의 북쪽 끝은 강릉 물회를 평정한 사천진항이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