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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두 발로 즐기기

가을에 걷기 좋은 바스락길(下) –안동 유교문화길


세계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대표 전통한옥마을인 하회마을은 전국 최고라는 유명세를 뒤따라온 관광지화의 쓰나미 속에 본래의 정신을 잃어간다는 혹독한 말을 듣기도 한다. 매표소가 있는 마을입구부터 전동차를 타고 돌아보라는 호객행위가 시작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조악한 물건들로 좌판을 벌린 노점들과 현대화된 상점가는 ‘하회마을은 점찍고 가는 것만으로 족하다’라는 냉혹한 평가를 종종 불러낸다.
하회마을 매표소에서 줄 서서 타는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해서 마을만 휙 돌아보고 나오는 관람객들은 이러한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하회마을과 숲길 넘어 병산서원을 잇는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을 두발로 온전히 걸어본다면 우리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의미있는 여행길이 될 것이다.


마을입구부터 낙동강 따라 오솔길 걷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된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은 본래 안동한지에서 출발하지만 보행쾌적성이나 여행만족도를 위해서 하회마을 입구부터 걸어서 병산서원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총 걸리는 시간은 마을을 어느 정도 둘러보느냐에 따라 가감되지만 대체로 3시간에서 4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면 카카오맵(다음지도 앱)에서 ‘유교문화길 2코스(하회마을길)’를 검색해서 찾으면 걷는 루트가 표시되어 안정감 있게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하회마을 매표소에서 발걸음을 시작하면 얼마안가 찻길 오른쪽으로 낙동강을 끼고 걷는 1km의 호젓한 오솔길 입구를 만난다. 작은 나무다리 등을 놓아 연결한 강변 숲길을 따라 20분 남짓 걸으면 아름다운 둑길로 유명한 담양의 관방제림을 축소해 놓은 듯한 하회마을 낙동강 둑길을 만난다.

쾌적하게 열린 둑길 중간쯤 가면 강 건너 기암절벽 위로 하회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부용대가 올려다 보인다. 부용대에 올라보지 않고서는 하회마을을 다녀왔다 할 수 없으니 1인 3천원의 왕복 뱃삯을 내고서라도 강을 건너갔다 오는 것이 좋다. 강 건너 부용대 가는 길에 처음 만나는 고택이 옥연정사인데, 바로 그곳이 서애 류성룡이 정승을 지내며 겪은 임진왜란의 경험을 기록한 ‘징비록’을 쓴 곳이다. 정승까지 지냈으나 청렴하기 이를 데 없던 서애 선생은 이 작은 옥연정사를 짓는데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부용대 올라가기 전에 만나는 화천서원은 서애 선생의 형인 겸암 류운룡(1539~1601)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겸암은 동생만큼이나 여러 관직을 거쳤고, 역시 청렴하고 철저한 임무수행으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화천서원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10분만 올라가면 하회마을이 한눈에 펼쳐지는 부용대에 닿는다. 교과서나 관광 팸플릿에서 보던 바로 그 하회마을의 모습이 실제로 조망되는 곳이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인근의 예천 회룡포 전망대보다 스케일이 크고 장대하다. 절벽에 주의하며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시 내려와 나룻배로 다시 건너온 후 마을 안으로 들어가 곳곳을 섭렵하자. 이때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마을 중앙에 있는 600년 된 성황당나무다.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이 느티나무 노거수는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소원종이를 금줄에 매달았다.

하회마을 곳곳의 고택을 둘러볼 때는 충효당의 서애 류성룡 기념관도 들려볼만하다. 충효당은 서애가 벼슬을 마치고 풍산현의 작은 초가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그의 손자와 제자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서애 선생 종택으로 불린다.



강산을 끌어안은 병산서원의 통 큰 정원

하회마을을 둘러본 후에는 마을을 뒤로 한 채 낙동강 둑길을 따르다 유교문화길 방향안내판을  쫓아 논 사이의 농로로 방향을 바꾼다. 갈림길마다 세워진 친절한 유교문화길 안내판을 따르면 길은 어느새 병산서원을 향하는 숲 속 임도로 접어든다. 걷기 편하게 잘 정비된 숲 사이의 임도를 50분 정도 걸으면 서애 류성룡을 배향한 병산서원에 닿는다.

병산서원은 흥선대원군이 전국의 서원들을 훼철했던 서원철폐령에도 그대로 유지된 47개 서원 중 하나이자 우리나라 5대 서원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인 병산서원은 정문인 복례문을 지나자마자 조금 위압적인 느낌의 만대루를 만난다. 이곳에서 서원 앞을 유유히 흘러 하회마을을 휘돌아나가는 낙동강과 강 건너 우뚝 솟은 화산을 차경(借景, 경치를 빌림)하여 병산서원의 정원으로 이용하는 통 큰 스케일의 한국적 조경술을 느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병산서원에는 400여 년 된 배롱나무 6그루를 배경으로 서원을 한 눈에 펼쳐보는 것도 꽤나 근사한 앵글을 선사한다. 따라서 가장 높은 영역인 사당 존덕사까지 올라가 볼 것을 권한다.

병산서원 이후로는 비포장 차도를 2km 정도 걸어야 하는데, 병산서원 오가는 차들이 적지 않아 먼지로 인한 보행쾌적성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하회마을’로 가는 노선버스(1일 3회)나 택시를 불러서 출발지로 원점회귀 하는 게 좋다.

가까운 곳 중에 자가용으로 돌아볼만한 곳으로 소산마을 삼구정, 풍산읍내 체화정, 예안이씨종택(충효당) 등을 꼽을 수 있다. 체화정이 있는 풍산읍내에는 안동불고기 전문식당이 몇 곳 모여 있는데, 여러 식당 중 대구식육식당이 가장 알려져 있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