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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감수성을 키워야

시론

현 뉴질랜드 총리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띈다. 현직으로 재직하면서 6주간의 출산휴가를 사용해 큰 화제가 되었고, 얼마 전에는 3개월 된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했다고 전해졌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면서도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여권신장과 더불어 빠르게 확대되었다. 필자가 개원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치과에서 기혼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지금은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2018년에는 국내외적으로 여성 관련 문제가 많이 이슈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에 대한 편파수사와 차별에 대한 항의시위가 크게 벌어져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사를 초빙해 얘기를 들었다. 강사는 ‘이런 주제에 치과의사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하면서 시위의 원인과 배경을 설명하면서 ‘본질적으로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과 공포를 남성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막연히 지레짐작하는 것과 구체적인 얘기를 듣는 것은 차이가 컸다. 강사의 얘기를 들으며 여성들이 왜 분노했는지에 대해 그 이전보다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집회에 나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인데, 남성들은 평소 여성들의 불편과 억압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기에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크게 주목받았던 것은 우리 사회 여성의 삶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아가씨, 아내의 동생은 처남·처제’ 결혼하면서 생기는 이런 호칭이 성 차별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얼마 전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입장까지 발표했다. 쭉 그래왔기에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따지고 보면 매우 불합리한 것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에 없어진 ‘호주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위치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사회와 어떤 집단의 주류에, 강자에 속한 사람들은 소수 및 약자의 분노를 잘 이해 못하기 쉽다. 약자만이 불편을 느끼는 것이기에.

이 시대 ‘혐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노동자 및 노인에 대한 편견과 비하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 분명한 것은 강자의 시선과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문제해결이 어렵고 갈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며 얘기를 들어야 한다. 

2018년 대한민국 사회가 성감수성과 함께 인권 감수성이 크게 증가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