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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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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는 곰탕에 대해서 쓰더니 시원해지기 시작하니까 콩국수 타령입니다. 청개구리 같은 필자의 성격을 굳이 부인하진 않지만, 날씨에 따라서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곰탕이든 콩국수든 그 매력에 빠지면 계절과는 상관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콩국수에 대해서 조금만 찾아보아도 이익의 ‘성호사설’과 19세기 조리서인 ‘시의전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1723년 쓰여진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맷돌에 갈아 정액만 취해서 두부로 만들면 남은 찌끼도 얼마든지 많은데 끓여서 국을 만들면 구수한 맛이 먹을만하다’라는 콩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19세기 말 요리서인 ‘시의전서’에 ‘콩을 물에 불려 살짝 데쳐서 가는 체에 밭쳐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밀국수를 밀고, 웃기는 밀국수와 같이 한다’라는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콩국수는 콩을 수 시간 동안 불린 후에, 살짝 삶은 후 갈아서 만든 콩국에 국수를 넣어 먹는 것입니다. 이번에 주목할 단어는 ‘살짝’이라는 단어입니다. 양에 따라 살짝이라는 시간은 달라집니다. 2인분 정도에서는 10분 정도 삶는다고 하고, 양이 많아질수록 삶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결 같은 것은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나고, 많이 삶아지면 메주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 지난번 곰탕에서는 충분히 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정확히’ 보다는 ‘적당히’가 더 적당한 단어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적당히’는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 ‘적당히’는 1. 정도에 알맞게, 2. 엇비슷하게 요령 있게, 라고 되어 있습니다. 2의 뜻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기 때문에, 정도에 알맞게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일 것입니다.

 

제이미 홈즈가 쓴 ‘난센스’라는 책을 보면 인간은 애매함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종결 욕구’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불확실성을 종결하기 위해 성급하게 선택을 한다는 내용으로 저는 이해하였습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너무나도 많아졌습니다. 그러한 변수를 모두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애매함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을 종결시키고자 성급히 결정하게 되어 합리적인 결정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모든 변수를 종속시킨다고 하여도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애매함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비린내나는 콩국수를 드시고 싶은 분도 없을 것이고, 메주 냄새가 나는 콩국수를 경험해보고 싶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적당하게 삶으려면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살짝 데치거나 아니면 아예 푹 삶아버리는 것이 더 쉽습니다. 물론, 곰탕의 경우에 보았듯이 극단적인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극단적인 태도나 선택 보다는, 양쪽의 것을 모두 고려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결론이 틀린다하더라도 말입니다.

 

보이는 것만 보고 살 수도 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낱 콩국수를 삶는데도 이렇게 노력이 필요한데, 하물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아.. 정치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