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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창업과 스탠퍼드대학

임철중 칼럼

 

스탠퍼드 대학 입구 넓은 잔디밭을 지나, 나지막한 교회와 대학건물을 마주하면, 마치 개척시대 장원(莊園)에 들어선 느낌이다.


최초로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한 철도왕이자 전 상원의원인 스탠퍼드(Leland Stanford)가 거대한 농장 Palo Alto(큰 나무)에 세운 대학으로, 캠퍼스가 미국에서 둘째로 넓다고 한다(1885, 개교는 1891년). 


당시 정부는 철도회사에 철도 양편으로 각 10m씩의 토지를 주어, 사냥터와 농토를 빼앗긴 인디언·농민들과 철도회사 간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더욱이 남북전쟁 후 수십만 병사가 돌아오자, 거국적인 “Go West, young men!” 캠페인이 벌어지고, 링컨 대통령은 전쟁 중 빈번해진 인디언 습격을 제압하여 치안의 확립을 지시한다.


그렇게 피 묻은 돈으로, 동부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명문대를 세우자는 열망은 열매를 맺어, 오늘날 세계 랭킹 5위안에 들어가는 연구중심 사립대학으로 성장한 것이다. 왼편에는 로댕의 야외 조각상이 서 있고, 정면 첫 건물은 어렵게 얻었다가 너무 일찍 잃은 아들 릴랜드 주니어에게 헌사 된 교회다. 21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후버 대통령 및 페리 국방과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을 배출하였다.

 

터먼(Dr. Frederick Terman) 교수는 제자들에게 이미 안정된 동부 회사에 취직하기 보다는, 물이 풍부하고 땅값도 싸며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이 받쳐주는 이곳에서 ‘창업’을 하라고 권유하고, 대학부지도 빌려준다.


조언대로 휴렛과 패카드가 집 ‘차고’에서 Audio Oscilator를 만든 것(Hewlett & Packard, 1938)이 실리콘 밸리의 기원으로, 195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세계 제일의 산학협동 모델이 되었다.


초일류 두뇌와 진취적인 서부 개척(Frontier)정신이 환상적으로 융합되어 20세기에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가장 성공적인 단지가 탄생한 것이다.


그 집 앞에 국가 역사유적(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이라는 동판이 서 있고, 구글 본사인 Google Flex와 Intel Museum 등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다. 지역 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프랑스와 맞먹고, 주민 소득은 주변 시민의 두 배가 넘지만, 집값과 렌트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한다. 렌트는 대략 집값의 1.5%인데, 실리콘밸리의 집값은 평균 8백만 달러이고, 손정의 씨 저택은 1억3천5백만 달러라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은 1930~2010년 졸업생 14만 명 중에 3만9900명이 창업하여, 5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다(서정화 인용).  인공지능·빅 데이터·3D 프린팅·사물 인터넷 등 어느 새 인간사회를 비집고 들어온 거대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우리를 실로 낯설고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치과계가 이미 창업 및 수익모델 창출에 앞장서 왔음을 잊고 있다. 치아 임플란트 얘기다. 창업의 선두주자는 바로 치과의사였다. 그 결과 첫째 치과 의료계 파이는 몰라보게 커졌고, 둘째 국민의 구강보건과 행복지수가 파격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셋째 수출($2.5억)과 학술대회를 통하여 한국의 기술 산업 및 치과 임상계의 위상을 크게 제고하였다. 


부산 오스템 연구소에는 4차 산업의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인력이 80여 명이라 하고, 대전 원광치대 병원에서는 골 소재 연구가 활발하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 없이도 묵묵히 창업 및 연구개발에 노력해온 치과인들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동안의 산발적인 연구와 개발은 고비용·저효율·중복투자·시행착오의 리스크가 큰 문제였다. 


부활한 복지부 구강정책과와 긴밀한 협조 하에 창업 및 R&D를 지원할 치의학연구소 등에 ‘국가적인 투자’를 한다면, 치과 의료계와 관(官)과 의료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설득할 필요가 있다. 임플란트 및 스탠퍼드 대학의 성공 사례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