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 맑음동두천 8.4℃
  • 구름많음강릉 10.6℃
  • 맑음서울 9.5℃
  • 구름많음대전 10.6℃
  • 흐림대구 11.9℃
  • 흐림울산 10.9℃
  • 광주 11.1℃
  • 흐림부산 11.7℃
  • 흐림고창 10.7℃
  • 흐림제주 14.3℃
  • 맑음강화 10.7℃
  • 구름많음보은 8.4℃
  • 구름많음금산 10.8℃
  • 구름많음강진군 12.0℃
  • 구름많음경주시 11.1℃
  • 흐림거제 12.3℃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임플란트+틀니 5만원! 불법 덤핑치과 활개

만65세 이상 고령층 타깃 서울 곳곳서 환자유인 알선
“단순 봉사, 영리 목적 없다” 발뺌…개원가 “도 넘었다”
다른 치과, 같은 모집인…1인 1개소법 위반 의혹도 불거져
<현장고발> 덤핑치과 '검은 손'

 

“임플란트 2개에 틀니까지 합친 본인부담금이 5만원이라니 (치료를) 안 받으면 손해 아닌가요?”


박순희(가명) 씨는 최근 지하철역 입구에서 낯선 이로부터 ‘반가운(?)’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는 인근의 한 치과에서 만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보험임플란트 2개와 상·하악 틀니를 우대혜택으로 시술해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명함을 배포한 모집인은 치료에 필요한 본인부담금 전액이 “단돈 5만원”이라고 박 씨를 유혹했다.
처음에 박 씨는 너무 저렴한 진료비에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모집인이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며 “치과는 고령자를 위한 ‘봉사’ 차원에서 참여하는 중”이라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박 씨는 치과에 내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거주지 주소 등 개인정보 일체를 모집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최근 서울시 곳곳에서는 이 같은 덤핑치과 행각이 부쩍 기승이다. 특히 이는 코로나19라는 장기 악재로 위축된 일선 치과로서는 치명타로, 피해가 막심하다는 성토가 끊이지 않는다.


의료법 제27조 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등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의료인 자격정지 2개월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장은 이러한 법조항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환자 유인·알선 행위가 성행했다.


직접적인 피해 사례도 나왔다. 서울시 종로구 소재의 A치과원장은 최근 들어 환자의 황당한 갑질이 연이어 발생해 속앓이 중이다. 내원한 보험임플란트 수술 환자 중 일부가 진료비 안내를 듣고 “왜 이렇게 비싸냐”며 난동을 피운 것.


이후 환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인근 치과에서 본인부담금 5만원에 보험임플란트를 수술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A원장의 치과가 바로 ‘그 치과’인 줄만 알고 내원했다는 것이다.


# 개원기간 1년 안팎 대부분 ‘먹튀’ 우려
현재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서는 환자 유인·알선 행각이 버젓이 이뤄지는 중이다. 만65세 이상 고령자를 타깃으로 명함 형태의 전단이 살포되고, 모집인이 행인을 쫓아다니며 혜택을 설명하는 데다, 점포에서는 가판대까지 세워두고 알선행위를 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종로5가와 동묘앞역 사이의 짧은 구간에서 3곳의 치과가 가장 활발하게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근거로 각 치과를 탐사 취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개 자료와 인근 탐문 결과, 해당 치과들은 개원기간이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안팎인 신규 치과였다.


먼저 B치과의원의 ‘홍보팀장’의 직함을 내건 모집인과 상담해봤다. 의료기기 판매업자인 그는 본업보다 치과 환자 알선에 열성적이었다. 그의 점포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상세히 기록된 ‘접수증’으로 사방이 도배돼 있을 지경이었다.


그는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환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장부’에 꼼꼼히 기록했다. 이어 환자의 보험임플란트 수술 이력을 묻더니 “수술했더라도 싸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치과와 관계를 질문하자 그는 “치과에서 환자를 소개해달라기에 중개에 나섰다”며 “나도 해당 치과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믿으셔도 좋다”며 본인의 치아를 내보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덤핑치과는 어떨까. C치과의원에 환자를 알선 중인 모집인은 앞선 B치과의원과 놀라울 만큼 동일한 진료비 혜택을 안내했다. 심지어 그는 “대표원장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 서울에서만 4곳의 치과를 동시에 운영한다”며 “대표원장은 1곳에서만 진료하고 나머지 치과 3곳은 치과의사를 고용해 운영한다”고 증언했다. 만약 그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환자 유인·알선뿐 아니라 1인1개소법(의료법 제33조8항)까지 위반한 엄중한 사안이다.


이어 그는 대표원장의 또 다른 치과로 D치과를 지목했다. 놀랍게도 D치과는 앞서 덤핑치과 제보가 접수된 치과 3곳 중 1곳이었다.


이러한 덤핑치과의 기승에 일대 개원가에서는 곧 ‘먹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종로구의 E치과원장은 “개원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소규모 치과가 저렇게 환자를 유인하면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질 수 있을 리 없다”며 “곧 ‘먹튀’가 발생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끝없는 꼬리잡기, 몸통은 오리무중
문제는 이 같은 환자 유인·알선 행위가 드러난 것보다 조직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점이다. 서로 다른 치과에 소속됐다던 모집인들은 마치 누군가 작성해준 대본을 읽는 것처럼 동일하게 상담과 안내를 펼쳐, 실체는 같다는 의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수소문 끝에 해당 치과들의 전단을 제작한 F홍보기획사를 포착해 현장을 방문했다. 당일 홍보기획사에서는 앞서 덤핑치과 의혹을 받은 치과 1곳의 ‘멤버십 카드’를 제작 중으로, 환자 알선 행위가 한층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될 것을 예상케 했다.


하지만 홍보기획사에서는 “단순히 의뢰받은 출판물을 제작해줬을 뿐”이라며 치과와 관련성을 부인했으며, 더 이상의 인터뷰는 완강히 거절했다.


현재 종로구 일대의 덤핑 의혹을 받는 치과 몇 곳은 관할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며, 해당 부처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아직 단속이나 처벌 여부는 미지수다.


이처럼 서울시에서 덤핑치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종로구 외에도 중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지에서도 속속 덤핑치과 및 1인1개소법 위반 의혹이 짙은 치과 목격담이 해를 거듭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정확한 실체를 잡아내려면 기관이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