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치과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의료인에 의한 위임진료의 위험성에 대한 개원가의 각성과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2월부터 대폭 상향된 과징금 기준에 의해 연평균 6~7억 매출을 올리는 치과가 위임진료로 적발 시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해 맞을 수 있는 과징금이 1억 여원에 달하는 등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위임진료 등으로 인한 불법의료 행위가 적발돼 변호를 의뢰하는 치과가 증가추세에 있으며, 이로 인해 치명적인 처분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무자격자에 의한 위임진료나 대리수술 등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2월 28일부터 무면허 의료행위 등 불법 의료행위 적발 시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상한액을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한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총수입 구간별 1일당 과징금 기준 금액이 높아졌다.
매출규모별 1일당 과징금 금액을 보면 연매출 5~6억 구간 1일당 과징금이 89만2000원, 6~7억 구간 1일당 과징금이 105만4000원, 7~8억 구간 1일당 과징금이 121만6000원이다. 이를 위임진료 적발 시 보통 받는 영업정지 처분 3개월로 환산해 계산하면 연매출 5억대 치과의 경우 8028만원, 연매출 6억대 치과의 경우 9486만원, 연매출 7억대 치과의 경우 1억944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 같은 과징금 처분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경우 처분기준의 1/2 범위에서 감경,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판결을 받을 경우 처분기준의 1/3 범위에서 감경을 받을 수 있긴 하나, 감경이 되더라도 과징금의 액수가 과거 5000만원 상한일 때와 비교하면 매우 높다.
특히, 이러한 과징금 부과는 불법의료 행위자에 대한 대인적 처분이 아닌 의료기관에 대한 대물적 처분으로 이뤄져, 치과의사가 위임진료를 지시하는 등 불법 의료행위에 직접적인 관여 행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실제 한 치과의 경우 치과위생사의 충전치료 행위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병원장이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음을 증명했음에도 처분이 그대로 집행된 판례가 있다.
개원가에서는 위임진료에 대해 강화된 처벌 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임상현장의 현실은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처벌만 강화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영등포의 한 개원의는 “치과위생사에 의한 레진치료 등 완벽한 불법행위는 지탄받고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 기준은 개원가의 어려움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불법 위임진료라 정하고 있는 행위를 보면 임상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양심 없는 치과에 대한 처벌과 별도로 진료영역 구분에 대한 현실화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위임진료 의심사례 등에 대한 신고 시 이뤄지는 보건소의 불시 현장방문 조사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보건소에서 급습 시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는데 방어권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의료진이 당황에 조사원의 요구대로 현장에서 진술서 작성 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밀알 변호사(부산 법무법인 로운)는 “최근 위임진료 건으로 처벌받는 치과의 사례가 늘고 있는데, 보건소의 현장 조사 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사 선임권 등 방어권에 대한 고지 없이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신고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환자가 오해했거나,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의 진술서는 형사소송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증거가 된다. 치과에서 문제 상황 발생 시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먼저 상담 후 진술에 차후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