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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 원장 ‘애지문학작품상’ 시부문 수상

생의 운명 극복 의지 여정 은유화한 수작 평가
“시 찾아가는 일 새 항로 개척처럼 끝없는 여정”

 

‘깨뜨려야 해, 가려는 마음조차도 / 배가 다닐 곳은 못돼, 빙하는 단단한 벽 / 방위를 잃고 떠다니는 마음들이 모인, 얼음 기둥들로 가득한 바다를, 건너가고 싶어......<중략>’

김정웅 원장(여수 스마일치과의원)의 시 ‘북극 항로’가 시 전문 문학계간지 ‘애지’가 시상하는 제10회 애지문학작품상 시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애지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북극항로’에 대해 ‘생의 운명론적인 지향점을 극복이라는 의지의 여정으로 은유화한 수작’이라고 평했다. 

김정웅 원장은 이번 수상과 관련 “시를 통해 기쁨보다는 허무의 근원과 창작의 본질에 대한 고뇌와 회의가 뒤섞이고 있을 무렵 등을 토닥이는 단비처럼 내려준 상이다. 그저 송구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2019년 등단한 시인. 지역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며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됐고, 대학 시절 시를 습작했던 기억도 떠올라 지역 개원의 선후배들과 모임을 만들어 시작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카톡방에 서로의 작품을 올리며 합평했고, 매일의 단상을 메모해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올리며 시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특히, 병원에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고락산 산행은 명상과 사색의 시간이 됐다. 

김정웅 원장은 “치과 개원의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현재 치과계의 여러 난제는 물론, 진료 관련 스트레스, 치과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헤쳐 나가야 할 일이 아주 많다”며 “이런 와중 나에게 다시 문을 두드린 시라는 문학은 어떤 가식이나 포장을 걷어낸 맨몸의 자아를 요구한다. 하루에 시를 접하는 시간이 고작 5분, 30분일 때도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고요 속에서 나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고 혼돈으로 뒤섞인 여러 감정들과 그 찌꺼기들이 하나씩 스스로 실타래가 풀리면서 온전히 맨몸의 나와 마주 하면서 시적 사유로 전환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매력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제 시집 한 권은 내야 될 시기가 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찰나 이번 수상을 계기로 출판에 더 열정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하루하루 반복적인 삶의 총화가 인생이라 생각한다. 같은 노선의 시내버스를 타는 것, 그리고 내리는 정류장이 제각각인 무수한 사람들과 가끔 동승도 하고 이별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며 “이런 노선에 시라는 버스 승차권을 구해 탔으나 가끔 이 노선이 아닌 것 같은 혼란이 오기도 한다. 이런 버스 승차권을 지니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들어온 시가 ‘북극항로’였다. 시를 찾아가는 일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것처럼, 설렐 수도 있으나 힘들고 좌절할 수도, 가끔은 기쁠 수도 있는 계획이 없는, 끝없는 여정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만약 ‘시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어온다면 ‘인디언 썸머’를 찾는 일이라고 답하고 싶다. 북미대륙에서 겨울이 오기 전 반짝 느껴지는 짧은 여름날. 대부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순식간의 여름. 찾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한 번 기억되면 다시 찾으러 갈 수밖에 없는 가련한 중독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아래는 수상작 '북극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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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항로

 

 

김 정 웅

 

 
깨뜨려야 해
가려는 마음조차도


배가 다닐 곳은 못돼
빙하는 단단한 벽

 
방위를 잃고 떠다니는 마음들이 모인
얼음 기둥들로 가득한 바다를
건너가고 싶어

 
빠른 길 수에즈 운하를 두고
쇄빙선을 찾다가


결국엔
늦는데도
더 늦을 텐데도

 
바다를 깨뜨려


나아가야 하니까
배가 달려야 하니까

 
개척한다는 것은
결국은
누구에게는 등을 보여야 하는 일

 
등을 돌리는 일보다
등을 보는 일이 힘들었던 기억

 
번져 가는 뜨거운 상념이
빙하 속에 차갑게 갇히는 시간

 
나침반이 N극을 잃은 낯선 북극에서
S극만이 서성거리는 우리의 좌표는 해빙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