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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무지개 사람들] ‘멀티아티스트’ 박선재 원장

 ‘달란트’

“함께 할 수록 행복”

 

‘멀티아티스트’
박선재원장


최고 절정에 달한 단풍 속에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옛추억에 빠지기 쉬운 요즈음. 만추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직접 노래로 담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치과의사가 있다.

 

 

 

박선재
미술관치과의원 원장

 

   3년뒤 회갑땐 ‘멋진 무대’ 선사

 

 한달에 1번 카페서 자작곡 연주솜씨 뽐내
 그림·노래 CD제작 환자·지인에 선물
“재능을 나누고 공감하면 세상이 따뜻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미술관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박선재 원장은 틈이 날 때마다 원장실에서 그림을 그려 환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한달에 한번은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서 자신이 작사 작곡한 포크송류의 노래를 직접 연주해 손님들에게 들려주며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공유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회갑을 3년 앞둔 중년 나이라 쑥쓰러울 법도한데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그림 솜씨와 노래 및 연주 실력을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시작한 박 원장은 연주에 있어서 수준급이다. 자신의 집에 연습공간을 별도로 마련할만큼 연주도 꾸준히 해왔고 자신이 직접 작사해 곡을 붙인 노래를 CD로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눠준 것만 3번째다. 4집도 낼 생각이다.


경희치대 1학년 때부터 시작한 그림은 유화에서부터 펜화, 붓화, 연필 삽화, 크로키, 휘장 등 디자인 분야까지 다양하고 누구나 쉽고 편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작품들이다. 박 원장의 작품은 환자대기실과 병원 곳곳에 다양한 크기로 전시돼 있다. 치과에는 원장실이라는 푯말 대신 ‘Arden Park’(Art와 Dentist 합성)라는 명패가 붙어있다. 이 공간은 박 원장이 환자에게 나눠줄 그림을 그리거나 시적영감이 떠오를 때 기타치며 작곡하고 노래하는 예술 창작실인 셈이다. 병원 간판과 명함, 직원들의 가운디자인도 박 원장이 직접 산뜻하게 도안한 것이다.  


이전에도 박 원장은 도자기, 사진, 로고 디자인, 수석 등에서도 보통 이상의 실력을 갖출만큼 멀티아티스트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예술적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박 원장이 그림과 노래, 기타 연주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아는 동료 치과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그렇게 드러내지도 않았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는 내가 갖고 있는 재주를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공감하면서 혼탁한 세상 속에서 영혼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 박 원장의 소박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박 원장이 만든 곡은 100곡을 넘었다. 이 가운데 지난 1987년 작사·작곡한 ‘가을과 겨울사이’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다.
“만나서 헤어지면 쓸쓸한 걸 알면서/알면서도 어쩔 수 없네. 후회하네./가을과 겨울사이로 내리는 비는 언제나 그 모습./연기빛 추억은 피어오르는데./ 이제는 내 마음 메아리만 울린다”라는 1절 가사는 애절하지만 요즘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이처럼 박 원장의 곡에는 꾸며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 2007년 3월 DS홀에서 지인들의 권유로 자신이 작곡한 곡을 들려주는 발표회를 가진게 첫 번째지만 회갑을 맞이하는 3년 뒤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 전시와 함께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한 아들과 함께 멋진 무대공연을 펼칠 생각이다.
경성치전을 졸업한 부친(박은기)을 이어 치과의사인 박 원장의 그림에는 유난히 새가 많이 들어가 있다. 기타를 멘 안경쓴 새 그림은 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환자들, 특히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그림도 새가 주종이고 그림에는 새 이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림이 작으면서도 터치가 명쾌한, 메시지가 따뜻한 화풍이 주류를 이룬다. 때묻지 않은 자연에 대한 사랑을 주변에 있는 식당 주인들과도 격의없이 함께 어울릴 줄 아는 순수한 열정의 소유자다.


모든 자연이 소재가 되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가장 편안하다는 박 원장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자신이 더 수양이 된다. 내가 그려 나눠준 작품을 선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행복하다”고 소박한 미소를 지었다.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는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의술은 물론 그림이든 노래든,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예전에 누군가가 먼저 나무에 새집 달아주는 운동을 시작했던 것처럼…”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