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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차 맛이 좋습니다

종|교|칼|럼|

 

차 맛이 좋습니다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사람들에게는 좋은 습관도 있는가 하면 꼭 고쳐야 하는데 그야말로 습관이 되어서 계속 반복하고 있는 나쁜 습관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습관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어야 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대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사업관계에 있어서, 가족관계에 있어서의 물리적 정신적 압력에 견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런 때에 스트레스를 겪는 당사자는 배불리 먹음으로써 느껴지는 포만감이 나의 정신적 공허함과 삭막함을 대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역시나 나쁜 감정을 지닌 채 먹는 음식은 그 감정들과 함께 내 몸속을 휘돌아, 기쁘고 즐겁게 먹은 음식이 줄 수 있는 효용보다는 아마 그 가치가 확실히 떨어질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원치 않는 살도 찌게 되고요.


마찬가지로 쉽게 화를 내는 분도 있습니다. 조금만 내 의견과 맞지 않거나 좀 오래 기다려야 한다거나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벌컥 화부터 내게 되는 것이지요. 이 분 역시 외적인 압력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기가 힘들다고 자기 내부에서 판단이 되어지면  자신에게 올 상처나 피해가 두려워서 그 방어기제로써 우선 벌컥 화를 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견뎌 본다거나 돌려서 좋은 쪽으로 전환이 되게 하는 노력을 하기 이전에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겠지요. 하지만 막상 화를 내서 일을 잘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기 십상이고 일도 세밀하게 처리되지 않을 거고 말입니다.


모두가 빨리 빨리 돌아가려고만 하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나를 점점 더 빨리, 더 잘하는, 더 유능한 사람이 되게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독려들은 좋게 쓰여진다면 얼마든지 나의 가능성을 더 끌어낼 수 있는 기폭제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그것은 스트레스가 되어 병의 원인이 되고 메마른 심성을 소유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걸 좋은 경험이나 인생의 스승이 되는 일로 받아들여서 다시 시작하기에는 우리의 심성은 미약하고 갈 길은 너무 바쁜 것 같습니다.


겨울철이 되니 누군가 직접 만든 뽕잎차를 들고 왔습니다. 그 뽕잎차를 우려내니 구수하면서도 약간 알싸한 맛이 도는 것이 겨울의 찬 서리 맛과 가마불의 뜨거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천연의 맛과 향이 깊게 느껴졌습니다. 차에는 독성이 있어 가마에 여러 번 덖어서 그 독성들을 중화시키고 새로운 맛으로서 재탄생되게 하는 과정이 따릅니다. 여기에서 차의 좋은 맛이 우러나게 되는 것이지요. 인공의 과정을 거쳐 본질의 맛을 더 잘 표현해낼 수 있게 한달까요. 누구에게나 자신을 정제하고 단련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좋은 맛이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기쁨이 자기로 인해 피어오르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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