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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길

종|교|칼|럼|삶

 

부처의 길

 

음력 12월 8일은 불교의 사대 명절 중 하나인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신 날을 기념한 성도재일(成道齋日)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초월적 존재인 어떤 절대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인간이 겪는 고통을 맛보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수행하는 체험적인 믿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가장 구별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6년간의 고행을 한 끝에 가장 밝고 위없는 진리를 깨쳐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일러주셨으니 진리를 깨달으신 분과 그분의 가르침,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수행자들을 일러 불교에서는 삼보(三寶)라고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 전 인도의 카필라라고 하는 작은 성의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왕자로서 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온 부처님는 12세 때 농경제에 참석하면서 거대한 의문과 함께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농경제에 참석한 농민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 12세의 소년은 왕궁의 안락함이 농민들의 고통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농민들의 생활은 밭을 가는 소의 고통에 근거하여 있었으며 소가 밭을 가는 흙에서는 벌레가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왜 하나가 살기 위하여 하나는 죽어야만 하는가, 왜 하나가 행복하기 위하여 하나는 고통받아야 하는가…. 이 같은 의문은 후에 부처님이 왕위를 버리고 출가의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동기가 됩니다.


부처님은 출가 후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수준의 극심한 고행을 해왔으나 쾌락에 집착해도 도를 이룰 수 없지만 몸을 제어하여 욕락을 행하지 않는다 하여도 오히려 마음이 쾌락에 집착하면 비록 고행을 하더라도 도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기에서 부처님은 양 극단을 버리고 중도의 길을 가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십이연기의 고리와 그 고리를 벗어날 수 있는 네가지 신성한 진리를 일러주심으로써 당신의 깨달으신 바를 중생들에게 전합니다.


어느 브라만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만약 물이 파란색이나 빨간 색으로 물들어있다면 너의 모습을 제대로 비춰볼 수 있겠느냐.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이 욕심으로 물들어 있다면 사물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만약 물이 끓고 있다 해도 모습은 제대로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이 노여움으로 들끓고 있다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만약 물에 이끼가 끼어있거나 풀로 덮여 있다 하더라도 네 모습을 비춰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이 어두운 무명에 쌓여 있다면 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마음 속의 탐진치(貪瞋癡)를 하루 아침에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나하나 일어나는 그 마음들에 속지 않으면서 본질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리의 수행이지요.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부처의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재료들 또한 바로 우리 마음에 있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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