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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길을 걷는 사람

종|교|칼|럼|

 

더불어 길을 걷는 사람

 

불교방송에서 하는 어느 토크쇼에 산악인 엄홍길씨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1988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으로 지난 23년간, 세계 최초로 유일하게 16좌를 다 오르신 분이지요. 그 분이 하시는 말씀 중에, 산에 올라가다 보면 산이 나를 허락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등정에 성공하지만 산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오는 때는 아무리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절대로 그 산행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모르긴 해도 지난 산행을 통해 자신의 신체적인 손상과 함께 얼마나 큰 고초를 겪으면서 산을 올랐을까요. 그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분은 고산 등정의 달인이 아니라 삶의 달인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야할 곳과 가지 않아야 할 곳,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자기의 내면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지혜에 의거하여 그 소리에 순응하여 길을 걷다 보니 자연히 내게도 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게 할 수 있더라 하는 걸 터득한 삶이라면 삶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고나 등정 실패로 이어지는 힘든 순간들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엄대장님은 우주적인 진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신 것입니다.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접해본 한 분야에 정통한 유명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기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추구되어지지 않는다는 속성이 그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남을 위해서 시작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우선은 자기가 원하는 일이고 흥미를 가진 일로서 시작되었지만 그 분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상황들을 겪어내고 포기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그 길을 걸었을 때 결국 지금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었던 거지요.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그 자리가 주는  기쁨이 다른 이에게도 큰 기쁨으로 공유되어질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가는 길은 모두가 달랐지만, 가는 방편들도 다 달랐지만 이르고 보니 모두 같은 곳에 와닿아 있던 것입니다.


지난 2008년 엄홍길 대장님은 자연 파괴로 인해 히말라야 환경이 급속하게 오염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엄홍길 휴먼재단을 설립, 환경운동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평소 히말라야 베이스 캠프에 간이 법당을 차릴 만큼 절실한 불교신자로 알려진 그는 엄홍길 휴먼재단을 통해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 학교를 설립하고 현지 셰르파의 인권향상과 한국 산악인 가족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같은 분들이 걸어온 길은 이 사회의 이념과 정신을 선도하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앞서 걷는 사람들의 자취와 뜻을 본받으며 그 길을 걸을 것입니다. 거창한 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아이에게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이 내 인생의 길이고 거울이기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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