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더불어 길을 걷는 사람 불교방송에서 하는 어느 토크쇼에 산악인 엄홍길씨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1988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으로 지난 23년간, 세계 최초로 유일하게 16좌를 다 오르신 분이지요. 그 분이 하시는 말씀 중에, 산에 올라가다 보면 산이 나를 허락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등정에 성공하지만 산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오는 때는 아무리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절대로 그 산행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모르긴 해도 지난 산행을 통해 자신의 신체적인 손상과 함께 얼마나 큰 고초를 겪으면서 산을 올랐을까요. 그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분은 고산 등정의 달인이 아니라 삶의 달인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야할 곳과 가지 않아야 할 곳,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자기의 내면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지혜에 의거하여 그 소리에 순응하여 길을 걷다 보니 자연히 내게도 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게 할 수 있더라 하는 걸 터득한 삶이라면 삶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고나 등정 실패로 이어지는 힘든 순간들을
종|교|칼|럼|삶 가장 안전한 자녀교육법 얼마 전 어느 학부모가 찾아와서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학교를 안 가려고 하더랍니다. 처음엔 좀 전에 장염을 앓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 그 후유증이 있나 싶어 학교를 안 보냈는데 배가 아프다가도 학교에 가지 마라고 허락하고 나면 애가 멀쩡해지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학교를 가기 싫은 뭔가가 있구나 싶어 애한테 캐어 물어도 절대 이야기를 안하더랍니다. 그래도 주변을 수소문해서 억지로 알아보니 아이가 반에서 어떤 오해로 인해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로부터 의도적인 왕따를 당하고 있더랍니다. 사실은 다른 아이로 인해 생긴 일인데 그 일을 당한 아이가 그 일을 유포한 아이를 대적하기 힘드니까 중간에 있던 이 아이에게 대신 화풀이를 하는 셈이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원래 그 일을 저지른 아이도 한 편이 돼서 약자의 입장에 있던 이 아이를 외톨이로 만드는 데 힘을 합한 것이지요. 어제까지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자기가 뭔가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힘의 원리가 작용하는 약육강식의 장으로 바꿔 놓은 것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와
종|교|칼|럼| 삶 세상의 길과 내가 가는 길 출가를 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의 경우는 일정 기간 동안 글자와 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거의 모든 매체에 관심을 둘 여유를 가지지 못합니다. 선 수행을 위주로 하는 도량에 출가했다면 전념해야할 것이 오직 자기의 본성을 보고자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러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간에서 살 때 관심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상할 정도로 더이상의 관심이 가져지지 않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대상에 대해 촉수를 세우고 판단하고 잣대질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공부거리로 삼다 보니, 생각을 키워나가고 궁리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습관을 고치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내 수행의 과제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동안은 글자나 영상을 통한 것들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정신을 소란하게 할 뿐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출가자로서 사는 일이 내게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시점이 되면 글자들도 좀더 편안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래도 읽거나 보는 거리들의 쟝르가 제한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은 아무리 우수하다 해도 통히 읽혀지지가 않으며 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