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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나를 위해

종|교|칼|럼|


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나를 위해


안거를 시작하는 여름과 겨울, 두 번의 결제철에 스님들은 여러 선원과 사찰에서 집중적인 수행을 하게 됩니다. 이같이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을 불교에서는 수좌(首座)라고 부릅니다. 얼마전 석달간의 동안거(冬安居)를 끝내고 만행(萬行)을 하는 수좌 스님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철 공부하면서 한결 더 확고해진, 그러나 성품은 더 유연해진 스님과 오랜만에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예전의 스님은 언제 어디서나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는 바르고 꼿꼿한 모습에서부터 수좌다운 면모를 제대로 풍기는 그런 멋진 스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방에서 몇 철을 지내고 이번에 만난 스님은 여전히 그런 부분에서 확고한 수행자상을 제시하면서도 내면의 흐름은 훨씬 더 부드럽고 유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공부가 점점 더 익어가시기 때문이겠지요.


스님은  다음에는  어디 토굴을 하나 구해 혼자서 공부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방의 선원 또한 대중이 함께 하는 공간이니 아무리 수행 중인 스님들이라고 하지만 단체 생활에서 지켜야할 일 또는 사람이 살면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어디를 가나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스님은 이런 것마저도 다 떠나서 정말 오롯이 혼자서 정진해보고 싶다는 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저는 스님의 실행하기 어려운 일에 대한 결단력과 수행을 위해 어떤 것도 불사하는 출가자 본연의 발심(發心)에 크게 감동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꾸 조용한 곳으로 찾아들어가게 되면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저의 어리석은 걱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스님 같은 분들이 이토록 열심히 정진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깨친 바를 결국은 모두를 위해 쓰기 위함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 불교에서는 안거 외에도 무문관 등을 통해 하루에 한 번 정도 넣어주는 공양을 하며 깨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수년간 바깥 출입을 하지 않은 채 용맹정진 하는 스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진정 자기의 근본 부처자리를 알고자 함에 자기의 본래면목을 둘 아니게 만났을 때는 우리가 이름으로 나누어 놓은 부처와 중생, 세간과 출세간, 남자와 여자, 열반과 생사의 차별이 모두 사라지고 보살의 이타(利他)행으로서 모두를 이익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공덕을 한 개인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모든 중생을 건지기 위하여 쓰는 것이 대승불교의 자비 정신입니다. 업이라는 것은 그 업을 지은 개인이 온전히 다 받을 수밖에 없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법칙이라 했습니다. 이같은 업의 법칙을 넘어서는 공부를 이 분들은 하는 것입니다. 세간과 출세간에서 공부하시는 모든 수행자들의 공부가 다 원만히 성취되시기를 본래 밝은 한마음의 뜻으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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