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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고통은 스승의 가르침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현실의 고통은 스승의 가르침


‘현실의 고통은 나를 성장시키려는 내면의 가르침이다." 저희 선원에서 나오는 달력의 3월 부분에 실린 대행 큰스님의 법어입니다. 고통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내게 닥친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런 걸로 인해서 오는 아픔에 우리는 고통, 불안정, 불행 등등의 이름을 붙여놓았습니다. 그 대신 내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고 그냥 그대로 인정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기쁨 안정 행복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놓지요. 그렇게 각기 다른 이름으로 내게 다가오는 모든 일에 우리는 이미 이름표를 붙여놓고 있습니다. 기쁨이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다행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세상사를 수없이 겪어봤으면서도 우선 우리 머리에 떠오르는 걸로 성격을 규정지우는 습관을 대부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각기 다른 이름을 나누어 붙여 놓다보니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들은 다 고통이 되어 내게 붙어 다니고 나는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일만 받아들임으로써 그런 데서 기쁨을 느끼려고 합니다. 어떤 일이 내게 닥쳤을 때 그 일이 내게 좋은 일이다 나쁜 일이다 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알려주는 전 자동시스템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나에게 오는 이익과 불이익을 가려내고 합당과 부당함을 계산해 내어 얼른 또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우리가 가진 인식체계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니까요. 그것은 대부분, 가짐으로써 오는 기쁨과 잃음으로 인해서 오는 슬픔 그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의 첫번째인 고(苦)는 8가지의 대표적인 고통을 말하고 있습니다. 생로병사로 인해 오는 고통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 원망과 미워함에서 못 떠나는 고통,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지는 고통, 생각의 발로가 맞지 않는 것이 고통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고통들이 쉬지 않고 우리의 머리와 몸을 빙빙 돌고 있으니 일상 생활이 모두 고통일 뿐입니다. 이런 고에 속아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지요. 이러한 고통의 원인은 집착입니다.


우리가 내게 닥친 일을 내 의식수준에서 가늠하고 계산하는 수준을 떠나 그 일 자체만을 허공에 딱 띄워놓고 볼 수 있다면 그 일의 본모습은 어떤 이름표를 달고 있겠습니까. 거기에 나의 계산하는 의식과 손해와 이익을 나누는 생각이 덧붙여지지


않는다면 그 일은 인생을 살면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나를 성숙시키며 수없이 일어났다 가라앉는 여러가지 일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내게 닥친 일을 괴로움에서 가르침으로 바꾸려면 믿음이 필요합니다, 아, 이것은 내 내면의 스승이 나를 더욱 지혜롭게 만들기 위한, 그리고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것을 제대로 갖추게 하기 위한, 그래서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게 하기 위한 내면의 가르침이구나, 하는 믿음 말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가진다면 그걸로 인해 내 인생이 바뀌는 것이 이 마음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능력이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의 보물인 것입니다.


가지는 것을 너무 사랑하지 말고 잃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일을, 기쁜 일은 감사하게 그래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슬픈 일은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내면의 가르침이니 내 그 근본에서 결국은 나를 지혜롭게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면 내 인생이 정말 달라질 수 있고 참 기쁨으로 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오직 나의 선택에 달린 일이니 행복을 가지든 불행을 가지든 누구도 원망할 수 없고 관여할 수도 없는 오직 내 인생의  일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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