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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의식을 관장하는 나의 근본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내 무의식을 관장하는 나의 근본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몸은 하루하루가 달라져서 생전에 안 아프던 무릎이 아프다느니 한 번도 아파본 적이 없는 잇몸이 아프다느니 장소도 다양하게 이런저런 노화에 따른 제반 증상들을 느끼게 됩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도 하지 않으면 그런 일은 내 몸에서 더 쉽게 벌어지지요. 그래서 우리는 비싼 보험도 들어놓고 나라에서 받으라는 건강검진도 꼬박꼬박 받고 텔레비전이나 각종 정보를 통한 건강 상식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느니만큼 자신의 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로 미리 막음을 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어쩌다 보면 건강염려증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저녁 나절에 약간 시간이 지난 돼지고기를 먹었더랍니다. 괜찮을까 하는 염려가 마음 깊은 곳에는 있었지만 ‘버리기는 아깝다’하는 생각이 좀더 우위에 있어서 그냥 먹었더랍니다. 그런데 먹고나서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고 식은 땀이 나더니만 이거 탈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온 몸을 휘감더랍니다. 상한 고기를 먹었으니 이것은 심각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에 심장 박동도 빨라지고 막 토할 것같더랍니다. 빨리 병원에 가야했지만 마침 공휴일이라 동네 병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은 걸 알기에 별다른 방법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숨을 한 번 길게 몰아쉬고는 자기의 증상이 정확하게 어떤지를 찬찬히 살펴보았답니다. 갑자기 식은 땀이 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놀랐지만 그 이후로 더 진전된 증상은 보이지 않고 울렁거리는 속도 자꾸 심호흡을 하다보니 아프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식중독이 아닌 게 아닐까 하며 살펴봤더니만 더 이상 아무 증상도 일어나지 않더랍니다. 5분전에는 심장이 뛰고 속이 뒤틀리고 식은땀이 나는 식중독 증상이 분명 있었는데 왜 다시 살펴보니 그 증상들이 다 없어진 걸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 무의식들이 하는 일입니다. ‘상한 건 아닐까’ 하는 일말의 염려가 내 의식 깊은 곳에 과거의 경험으로 저장돼 있던 식중독의 제증상들을 끄집어낸 것이지요. 그 두려움들은 심지어는 몸의 증상까지도 그대로 수반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과거의 경험이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의지하지 않고 현상황만을 정확하게 바라봤을 때 연기와 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마음들에 속아서 두렵고도 신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두려움도 진짜가 아니고 그 기쁨도 진짜는 아닙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뒤바뀐 헛된 꿈같은 생각’인 것이지요. 그러나 이 모든 생각과 의식과 관념을 관장하는 자기 뿌리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를 이끄는 근본 불성을 말합니다. 그 뿌리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 있다면 두려움도 용기로 바꿀 수 있고 잘못 속에서도 배움을 찾음으로써 참지혜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기를 이끄는 근본 불성이 바로 우주를 만든 근본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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