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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하는 직장 상사

종|교|칼|럼|

 

나를 미워하는 직장 상사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직장의 상사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자기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사연을 들고 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 사사건건 질책을 하는 바람에 이제는 직장을 그만 다니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하고 어느 젊은이가 물어왔습니다. 매일 만나야 하는 상사가 자기에게 그런다면 참으로 직장 생활이 힘겨워질 것입니다.


그런데 불자라면 모름지기 내게 다가오는 경계를 공부의 재료로 삼아야 합니다. ‘나를 이끄는 내 근본에서 나를 공부시키려고, 나를 정말로 알게 하려고 이러는구나.’하고 말입니다. 합당하지도 않은 일로 야단을 맞거나 질책을 듣는 그런 상황을 타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때마다 나를 위해, 나를 마음공부 시키려고 경책을 가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거꾸로 그 상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이것이 무슨 억지스러운 소리냐구요?


생각 한번 돌리면 고(苦)는 고가 아닙니다. 번뇌도 번뇌가 아니구요.  본인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그 상사의 마음도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마음은 통신이 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더 한발 나아가서 그와 내가 둘이 아니라고 스스로 믿어 보세요. 마음으로야 그와 내가 둘이 아니라고 얼마든지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감싸 안든지 내 마음을 그의 마음에 하나로 같이 합하든지 하면 둘이 아니지요. 본래는 모두 한마음이니 그 모습을 통해 내 근본이 나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을 알려고 자꾸 이 마음을 살펴보신다면 누가 날보고 뭐라 하든 그건 내 살림이 됩니다.  누구를 탓할 일도 없지요.


이왕 탓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세상에 남의 탓으로 돌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내가 있으니까 경계가 다가오는 것이지 내가 없다면 미워하고 싫어하고가 다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모든 경계는 다 내 탓인 것입니다. 내 탓으로 알아 참나가 나를 공부시키려고 기회를 주는구나, 그러니 고맙지, 감사하지 하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정말로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 내 집에 먼저 전화를 가설해 놓고 다른 사람에게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려야지 내가 전화를 가설해 놓지도 않고 그 사람 전화 오기만 기다린다는 것은 내 마음은 미운 마음으로 그대로 둔 채 상대만 변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같습니다.   


이 불법공부는 참으로 엄청난 공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공부를 하는 데 무슨 자격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누구라도, 그 사람이 학력이 높건 낮건 간에, 잘나고 못나고 간에 누구에게나 다 자격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 마음의 근본은 우주 삼라만상과 그대로 직결이 되어 있다고 그랬으니 그 상대가 누구든 다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그걸 믿는 게 진짜 불교니까 내 생활 중에서 부처님 말씀을 따라 배운다는 생각으로 사신다면 여러 가지가 다 원만하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마음의 벨이 울리고 그러면 통화를 하게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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