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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물창고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내 마음의 보물창고


신록이 우거진 이때 즈음 절에서는 가장 큰 행사를 치르게 됩니다.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2500여년 전 이 땅에 오셔서 세상 만물에 불성이 있음을 깨치시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일러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성스러운 네 가지 진리인 사성제를 통하여 인생의 온갖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을 멸하는 것, 멸하기 위한 실천 방법인 팔정도를 말씀하셨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시한 여덟 가지 바른 길의 첫 번째가 정견(正見)입니다. 이 세상에서 물질을 보는 기준을 바르게 가지라는 것입니다. 나의 잣대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불성의 눈으로 불성의 지혜로써 세상을 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입니까. 아마 맛 있다는 것과 맛 없다는 것일 테지요. 버릇처럼 내뱉는 이 생각은 좋다와 싫다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횟수를 거듭하고 다른 모든 것에도 습관적으로 좋다와 싫다를 붙이게 되니  점점 더 견고해진 그것은 결국 나의 집착이 됩니다. 내가 이 음식을 먹는 것이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좋다 싫다도 당연히 갖다 붙게 됩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으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만든 이의 수고와 이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의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에 설혹 맛이 없다 하더라도 그 좋으니 싫으니 하는 ‘나’라는 견해가 생겨나지 않게 됩니다.


그런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에 당면했을 때 상대를 탓하기 보다는 내가 내 마음을 먼저 돌아보게 됩니다. 내 속에서 그 일의 원인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지요. 우리 인생이 괴롭고 힘든 이유는 내 몸뚱이가 ‘나 자체’라고 생각하고 다가오는 모든 일들도 내가 감당해야 하고 내가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불성이라는 것은 ‘몸뚱이 나’를 형성시킨 나의 근원을 말합니다. 그 근원인 불성이 있어서 내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몸뚱이 나’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뚱이 나’는 좋고 싫고 그래서 거기에 따라붙는 괴로움이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되지만 불성인 ‘참나’는 좋고 싫은 것이 없고 공포와 괴로움이 없고 가장 청정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보배창고와 같은 무한한 능력을 가진 아주 신묘한 자리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 제자들이 이제 무엇에 의지하여 공부하리까 하고 여쭈었을 때 부처님께서 자기를 귀의처로 삼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삼아라 하신 법등명 자등명의 말씀은 자기 몸뚱이 ‘나’를 의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근본 불성을 의지처로 삼아 공부하라는 뜻입니다. 법당에 부처님을 모셔놓는 것은 그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서원이며 저 황금의 부처님이 우리 마음 속에도 다 그대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가장 존귀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불성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알아도 쓰지도 못하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만 생각하면서 사는 인생이라면 가득한 자기의 보배창고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자기가 무엇을 지녔는조차도 모르고 사는 것이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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