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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당신의 손길에 해외 오지인은 따뜻합니다

17년 당신의 손길에
해외 오지인은 따뜻합니다


매년 여름휴가 반납 가족과 진료봉사
발치 하나만으로도 행복 웃음 ‘감동’
빈민가 아이들 공부 돕기 매달 후원금

 

김명섭

강남사과나무치과병원 대표원장

  

올해도 김 원장은 어김없이 여름휴가철에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나간다.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로.


김명섭 강남사과나무치과병원 대표원장이 해외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한지도 올해로 17년째다. 지난 1995년 치과의료 선교단체와 함께 태국의 난민촌인 카렌부족 마을을 가게 된 게 인연이 돼서 이후 매년 의료봉사를 하게 됐다. 보통 의료봉사를 가면 치과 외에도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여러 뜻 있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병원 직원들도 같이 가기도 한다.


결혼 후에는 가족들도 함께 데리고 다닌다. “관광여행은 아니지만 아내와 아이들도 여름철만 되면 오지로 봉사 가는 것을 보람되게 생각하고, 진료외적인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죠.”


날씨도 무덥고 힘들지만 아이들(중학교 1년, 초등학교 4년)도 현지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하니 불평하지 않는다고….


김 원장에 따르면 카렌족을 비롯해 아카족, 라후족, 산지족 등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세 나라의 접경지역(일명 골든트라이앵글) 산 속에 소수민족들이 상당수 살고 있는데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한국에서는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치아들도 대부분 주민들이 발치를 원하고, 또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여건상 발치할 수밖에 없을 땐 정말 안타까운 맘뿐”이라고 했다.


하루에 발치만 100개 이상 한 적도 있다는 김 원장은 “칫솔질 자체를 모르는 등 구강보건 개념이 없어서 발치도 현지 여건상 좋은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나중에는 하게 됐다”며 “발치 하나만으로도 너무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감동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충치가 많아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비스킷이나 사탕류 등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수명이 평균 50~60세 전후인데 특히 치아가 좋지 않을 경우 잘 씹지 못해 수명을 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의료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 휴양지로 유명한 피지로 봉사를 갔을 때는 연일 몰려든 주민들로 인해 봉사기간내내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적도 있었고,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에서 봉사할 때는 오지다보니 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가면서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한 적도 있었다. 또한 이웃동네에 진료봉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치아 하나 발치할려고, 또는 약 하나 타기 위해 이틀동안 꼬박 걸어서 진료받으러 온 주민도 봤다고 했다.


때론 주민들과 같이 잠도 자고 밥도 같이 먹고 했었는데 간단한 진료에도 고마워 울기까지 하는 걸 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는 김 원장은 “그들에게는 평생 진료란 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캄보디아의 경우 치과가 많지만 의료수준이 낮고 그나마도 치료비 때문에 병원 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요즘 김 원장은 인도네시아어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통역하는 분이 함께 동행하지만 하루에 많을 경우 150~200명까지 진료할 때도 있는 등 통역하는데 한계가 있고 불편도 하고 해서 직접 배우게 됐단다. 인도네시아어로는 현재 어느 정도 현지인들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김 원장은 캄보디아에서의 봉사활동이 인연이 돼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를 통해 ‘해피 홈 스쿨’에서 빈민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매달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매주 일요일마다 탈북자들을 위한 진료봉사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도 가족들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으로 봉사를 가기로 했다는 김 원장은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은퇴 후 봉사에 더욱 전념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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