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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있는 믿음, 사랑 있는 소망, 사랑 있는 사랑

사랑 있는 믿음, 사랑 있는 소망, 사랑 있는 사랑


얼마 전 ‘사랑밖엔 난 몰라’를 노래하는 가수 심수봉씨의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자신의 인생을 토해내는 가수의 삶의 노래가 한편의 설교와도 같았습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를 사랑으로 잡았어요. 제 노래를 통해서 여러분의 마음이 따뜻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인사말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공연은 사랑의 선율을 만들어가며 사랑의 에너지를 모아갔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삶이 녹녹치 않았던 그녀가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사랑을 노래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송이를 피우고 돌아오라는 신의 사명을 받고 우리 모두는 이 땅에 내려왔다’는 내용의 백만송이 장미였습니다. 그녀는 이 노래를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지었다고 했습니다. 유행가인줄로만 알았던 노래가 이런 신앙고백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그런 공적무대에서 용감하게(!)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작사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신앙에 대한 확신에 또 놀랐습니다.


콘서트 내내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꼭 예배당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하나님, 예수님’이라는 말만 안했지 흐름 하나하나가 예전(禮奠)같이 느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멘트도 그렇더니 앵콜송도 ‘어메이징 그레이스’(나 같은 죄인 살리신)였습니다. 그녀의 열창에 관객들은 환호했고 그녀의 삶에 공감과 찬사를 보냈습니다. 비록 특정 종교색이 드러나긴 했지만 관객들은 그것이 ‘심수봉의 삶’ 임을 받아들이며 환호했습니다. 심수봉 콘서트에 심수봉을 보러온 것인데 그녀가 발산하는 노래뿐만 아니라 음악성의 바탕이 된 종교를 관객들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습니다.


심수봉 콘서트는 특별이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의 실마리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오랜 고민 중의 하나는 그 유명한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로 시작되는 사랑 장(章)의 마지막 말씀인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13)는 말씀입니다. ‘왜 동일한 무게와 의미를 가진 세 가치에 우열을 가릴 때 쓰는 ‘제일’이라는 경쟁어를 썼을까?’


‘사랑 없는 믿음, 사랑 없는 소망, 사랑 없는 사랑’이 우리 사는 세상에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 없는 믿음은 이기적이고 편협하며 기복적인 인간을 만들뿐만 아니라 자기 믿음만이 옳다고 생각한 나머지 다른 이의 믿음을 폄하하는 광신도를 만들 것입니다. 사랑 없는 소망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역동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인간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 없는 사랑은 허위에 가득한 기만적인 인간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 소망, 사랑을 품고 살되 ‘사랑 있는 믿음, 사랑 있는 소망, 사랑 있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제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콘서트를 통해 묵상한 또 하나는 ‘예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요한복음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셨다’(요 3:16)는 통찰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사랑의 결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 또한, 사랑이 삶의 원인이었습니다.


‘예수는 정의감에 불타서 세상과 싸운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했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수의 깊은 신앙심은 하나님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예수가 사람들을 돌본 것은 단순한 동정심에서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가르침과 삶의 동력은 정의도, 신념도, 동정도 아닌 사랑이었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정리된 생각을 되뇌이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울렁하고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수봉씨는 마지막 노래 백만송이 장미를 부르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죽어서 심판대에 서게 되는데…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첫째는 너의 사명을 다했느냐? 둘째는 얼마나 사랑하고 왔느냐?’


콘서트를 통해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가슴은 하늘의 선한 기운에 아직도 설레고 있습니다.


변경수 목사
동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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