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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스승과 제자

이 시대, 스승과 제자


며칠 전 인터넷 여기저기에 마음 아픈 기사가 실렸다. 영어수업 도중 3학년 여중생이 훈계하는 영어 선생님을 폭행한 사건이 인터넷을 도배하였다. 순간 ‘상식 밖의 일’이라는 말도 생각되지 않을 만큼 할 말을 잃었다. 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옛날 격언에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말을 하는 나를 원숭이 취급하듯 우습게 보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가끔 체육선생님의 단체 기합이나 체벌이 있었다. 물론 다른 교과목 선생님의 체벌도 있었지만 당시 어린 나로서는 부당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분위기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했었다. 집에 와서 모친께 학교에서 체벌 받았다고 고자질을 하면, 어머니는 한술 더 떴다.


“그렇게 학생들이 선생님께 혼나야 제대로 사람 되고, 공부하지.”


또한 이 무렵 아이들 체벌 문제로 부모가 학교에 쫓아오는 경우는 없었고, 감히 선생님께 대들거나 눈 맞추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현재 중고등학교 선생님의 체벌을 옹호하거나 긍정하는 뜻은 아니다. 학생 인권만 강조될수록 선생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스승으로서가 아닌 돈 버는 직업인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선생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보아도 함부로 나무랄 수 없고, 수업시간에 대놓고 책상에 엎드려 자도 깨우면 학생이 오히려 선생에게 해코지할까 두렵다고 한다. 그러니 선생들이 무슨 교육을 제대로 할 것인가. 결국 교육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지나친 언행과 폭력을 행사하는 선생의 체벌은 있어서는 안되지만, 선생들의 설 자리를 마련해줘 교권이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선생을 폭행하는 근자의 현실에서 가장 지적해야 할 문제는 가정교육의 부재라고 생각된다. 비싼 과외선생만이 대접받는 선생이 아닌 스승과 제자간의 인간적인 관계를 부모가 가르쳐야 하고, 부모로서 선생에 대한 옹호도 필요하다고 본다. 솔직히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선생과 제자간의 바른 역할을 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한다.  


‘육방예경’이라는 불교 경전에 스승과 제자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자는 스승을 예경하고 존중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공손하게 받아들여 그릇됨이 없이 행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아야 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진리에 따라 지도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친절히 가르쳐 주며, 물음이 있으면 그 뜻을 잘 설명해주고, 훌륭한 벗을 소개해주며, 가르치는 일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험하다고 해도 선생과 제자간의 인간적인 관계는 서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것과는 반대로 학교에서 좋지 않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기가 시작된 지 3주째 무렵, 수업이 끝나고 어느 남학생이 이별 인사를 한다고 하였다. 학기 초반인데, 왠 인사냐고 하였더니 ‘자신은 3학년으로 이번 학기 마치고 군대 가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4월 초에 군대를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적으로 학점과 관련되리라는 나의 속된(?) 생각으로 ‘자네가 수업의 2/3를 수강했으면 학점을 주는데 지금으로서는 곤란한데…’라고 먼저 말했다. 그런데 학생은 의외의 말을 하였다. 


“교수님, 학점과는 상관없습니다. 교수님 수업을 3주째 들었는데, 군대 가면서 인사도 없이 가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오늘 수업 끝나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학생들이 홀연히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교양과목 선생에게 깍듯이 인사하며 가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나도 요즘 강의하는 일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차인데, 이런 학생 때문에 한결 마음이 따뜻해진다. 모든 선생님들이여! 극소수의 몇 명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십시오. 교권이 추락하는 세상이어도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수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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