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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겸손

오만과 겸손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어느 세월, 어느 공간에 살든 사람은 늘 아프기 마련이다. 홀로 수행자로 살든, 가족과 함께 살든 병이 들면, 외롭고 고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참하기까지 하다. 2500여년전 인도, 그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던 시대에도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한 스님이 병이 들었다. 그 스님은 식사를 할 수도 없었고, 옷에 오물까지 묻힐 정도로 거동할 수 없었다.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스님은 매우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처님 당시에는 승려들이 한 방에서 함께 거주하거나 한 공간에 함께 머물지 않았다. 홀로 거주하는 것은 수행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병든 스님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방에서 혼자 앓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 그 사실을 알고 그 병자를 찾아와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혔으며, 죽을 준비해 병자에게 먹였다. 다른 제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꼈는데,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함께 수행하는 도반(道伴)끼리 서로 도와주며, 보살펴 주어라.”


경전에서 이 부분을 읽고 난후 나는 병자에 관한 내용보다 부처님의 겸손과 자비심에 감동을 받았다. 세계 4대 성인중의 한 분이요, 위대한 성자였던 부처님도 오물이 묻은 제자의 옷을 빨아주고 보살펴 주는 장면은 늘 마음 한구석에 추억의 영상처럼 담겨져 있다.


미얀마(Myanmar) 스님들에 관한 글에서 부처님의 자비심이 담긴 내용을 또 만나게 되었다. 미얀마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큰 스님이 있는데, 삼장법사인 밍곤 스님이다.


연세가 많은 스님 한분이 한밤중에 배탈이 나서 고생하고 있는데, 밍곤 스님이 그 사실을 알고 직접 오물을 치우고 배탈 난 노스님을 씻겨드린 다음 가사를 깨끗이 빨아주었다. 이때 병난 노스님은 밍곤 스님께 인사를 하며 말했다. 


“자네 같은 위치의 인물이 어쩌면 그렇게도 자신을 낮추어 교만심이 없는가? 하심(下心)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자네를 통해서 오늘에서야 안 것 같네.”


부처님과 미얀마 스님의 자비와 겸손이 내 마음에 각인된 것은 근래 내 마음과 비추어 생각할 겨를이 많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 젊은 승려인데도 겸손하지 못하다. 내가 강의하는 대학은 학생들의 교수 평가가 엄격하다. 몇 년전 교수 평가가 그런대로 괜찮아서 Best Lecturer상을 두어 번 받은 적이 있다. 이 상을 받기 전에도 강의평가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상을 받을 때는 당연한 것처럼 여길 만큼 나는 매우 건방졌던 것 같다. 작년 겨울학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참 많은 반성을 했었다. 아무리 어린 학생들 앞이지만 겸손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철이 들지 않은 나의 어리석은 행위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처님이나 큰 어른께서도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겸손한 마음으로 대했건만 나는 아직 그런 경지도 가보지 못한 처지인데도 자만심에 가득하고 겸손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우리 인간들은 별거 아닌 것 같고, 자만심을 세우고 아상(我相:자신에 대한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거만, 타인의 존엄을 망각하고 자기 기만에 빠져 있다.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한 태도는 결국 자신의 손해로 돌아온다. 아니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인줄 알면서도 오만함을 가지고 편견을 부리는 인간의 만용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불에 달궈진 쇠를 많이 두들겨야 제대로 된 칼이 나오듯이 끊임없는 자각을 통해 자신을 다듬어야 하리라. 옛 말에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듯이 자신의 직위가 높고, 학위가 높을수록 좀더 겸손함을 가슴속에 차곡차곡 채워나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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