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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말

선한 말

  

변경수 목사
동녘교회


트로이 전쟁 중에 트로이 목마 작전을 고안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전쟁터로 나가기 전 그의 친구 멘토르에게 아들을 맡겼습니다. 10년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아주 훌륭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멘토르의 이름에서 오늘날 ‘정신적 지주’, ‘조언자’, ‘스승’의 의미를 가진 ‘멘토’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멘토는 삶으로 가르치고 말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나침반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가야할 길을 모르거나 삶에 지쳤을때 위로의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는 멘토를 가진 사람은 행복합니다. 나의 상황과 사정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처한 어떤 상황에 함께 동감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할 줄(!) 아는 친구를 가지셨나요?


제가 존경하는 이현주 목사님께서 몇 년 전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마태복음 4:4)는 말씀을 전하면서 하신 예화입니다.


“어떤 성당에 가서 설교를 하면서 ‘말에 힘이 있을까요’라고 물은 뒤 앞에 앉아있는 여성분에게 일어나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분이 일어나니, 뒤쪽으로 걸어가라고 하니까 그대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러분 제 말에 힘이 있었나요? 힘이 없었다면 저분이 제가 말하는대로 했겠습니까?’”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힘을 가진 말이기에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잘하는 능력을 사모해야 합니다.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도둑질과 험담 중 어느 것이 더 나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서 “도둑질은 그에 맞는 보상과 처벌을 받으면 되지만 험담은 사람의 마음을 찔러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도 합니다. 그러니 험담이 더 나쁩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짓는 업보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하는 업(業)이 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업(口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독송을 하기 전에 입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외우는 주문이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마하바’라고 합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뭘까요? 사람을 홀릴 듯한 청산유수같은 말일까요 아니면 어눌하더라도 진정성을 가진 진솔한 말일까요 아니면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하는 말일까요. 저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사하는 진정성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해줄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할 때입니다. 그냥 어깨 두드려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지만 ‘말’로 고통가운데 있는 이를 일으켜 세워주지 못할 때 안타워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을 해야 하는 시기에 적절한 말을 구사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넘버원(number one)이 되려고 하지 말고 온리원(only one)이 되라,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 있다. 하이테크 시대에 하이터치가 필요하다.’ 최근에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쓰다듬어준 말들입니다. 말은 내뱉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심겨지는 씨앗입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그 씨앗이 자라서 그가 살아가는 삶의 지침이 되고 믿음의 내용이 되고 행동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을 즐겁게 하여 주고 쑤시는 뼈를 낫게 하여 준다”(잠언 16:24)라는 말씀도 있듯이 우리는 의식적으로 좋은 말, 선한 말을 하려고 해야 합니다. 좋은 씨에서 좋은 열매가 맺어지니까요. 마음을 기쁘게 하는 말을 가까운 식구들에게 먼저 해보는게 어떨까요. 살아있는 선한 말이 가정과 직장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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