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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랴!

건강,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랴!


정 운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그대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가치관은 무엇인가? 가치관이라기 보다는 인생의 근간으로 삼아야할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건강은 음식과 관련되며, 음식을 통해서 새로운 인생관을 설계할 수 있다니 음식과 건강은 중요한 인연인 것만은 사실이다.    


부처님 당시, 인도는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었다. 코살라국 이라는 나라는 강대국 중 하나였고, 이 나라의 파사익왕은 부처님께 법문도 듣고 공양도 올리는 지극한 불교 신자였다.


그런데 파사익왕은 음식을 즐겨먹는 미식가였다. 게다가 대식가로서 매 식사 때마다 혼자서 쌀 두되 반 정도의 밥을 먹었고, 반찬도 육류나 생선이 주류를 이루었다. 늘 이렇게 식사를 하다보니, 왕은 많은 양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밥 먹은 것 같지 않을 만큼 심각한 정도였다. 대신들과 왕후의 걱정은 말할 것도 없고, 비대한 체중으로 인해 건강문제도 심각했다. 


어느 날, 파사익왕은 평소와 똑같이 아침밥을 많이 먹고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기원정사 사찰로 찾아갔다. 부처님은 몇몇 제자들과 파사익왕, 대신들에게 진리를 설해주었다. 그런데 음식을 많이 먹고 온 파사익왕은 식곤증으로 큰 몸집을 앞뒤로 흔들며 설법하는 내내 졸았다. 실은 부처님께서 파사익왕의 이런 모습을 한 두 번 본 것은 아니었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마친 뒤 국왕에게 이런 말씀을 하였다.


“대왕이여, 앞으로는 신하들에게 대왕의 밥을 지을 때는 한 홉씩 줄여서 음식을 하라고 명을 내리세요. 또한 대왕께서도 매 식사 때마다 양을 조금씩 줄여 보십시오. 그리고 식사 끝에도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남기는 습관을 들여서 식사 양을 줄여보세요.”


이후 파사익왕은 부처님의 충고에 따라 조금씩 양을 줄여 나갔고, 몇 달후에는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도 음식 양을 조절할 수 있었다. 점차 비대했던 몸도 가벼워졌고, 건강도 이전보다 좋아졌다. 대왕이 건강해지면서 왕궁 분위기도 좋아졌고, 아침조회시간에도 대신들과 맑은 정신으로 국정을 논함으로써 점차 부강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왕은 매우 기뻐서 부처님을 찾아와 말했다.


“부처님의 충고대로 몇 달전부터 식사 양을 줄이게 되니 건강이 좋아졌고, 이제는 졸음에 시달리지 않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왕이여, 우리가 소유한 것 가운데 건강은 가장 중요한 것이요, 만족할 줄 아는 것은 가장 큰 재산입니다. 또 가까이에 신뢰할만한 벗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친척과 다름없는 보배요, 깨달음은 인간의 가장 큼 기쁨입니다.”


이 이야기는 불교경전 가운데 전 세계인에게 애독되고 있는 ‘법구경’이라는 경전 내용이다. 50〜60년대 한국에 보릿고개가 있었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국가에서 하루 한끼는 분식을 권할 만큼 한국도 잘 살지 못했다. 배고픈 사람이 많았던 시절, 결핵과 같은 잘 먹지 못함으로 발생한 질병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배곯아서 건강 이상이 온 것이 아니라 파사익왕처럼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을 잃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불교에서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절제해야 하는 덕목이 바로 음식조절이다. 소식과 관련한 음식 조절은 곧 소유하는 욕심을 줄이는 첫 번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을 절제할 줄 아는 행동은 바로 욕심을 줄이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그 맑은 정신은 깊은 선정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스님들만으로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 삶에서 건강만큼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올 한해도 음식 조절을 통해 욕심을 줄여보는 것, 음식을 통해 활기찬 삶을 영위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가치관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 이번호를 끝으로 정 운 스님의 종교칼럼을 마칩니다. 그 동안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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