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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방일(拈一放一)

종교칼럼-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

염일방일,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놓아야 할 하나를 손에 꼭 쥔 채로 다른 하나까지 얻으려고 하면 모두를 잃게 된다는 말입니다.

중국 송나라때, 사마광이라는 사람의 어릴적 이야기입니다. 한 아이가 어마어마하게 큰 장독에 빠졌습니다. 장독에는 장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크고 깊은 장독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누군가 빨리 구해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일을 놓고 어른들은 허둥지둥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사다리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밧줄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서로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동안 독에 빠진 아이는 꼬로록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작은 꼬마였던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들고는 그 커다란 장독을 와장창 깨뜨려 버렸습니다. 아이는 너무나 쉽게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일을 해결해야 할 위치에 있는 어른들은 위급한 순간에도 자기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머리가 복잡합니다. 장독값, 간장값,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에 더 신경을 씁니다. 누구의 공이 더 큰가를 계산하고, 자기가 먼저 구조할 아이디어를 냈다느니, 내가 먼저 아이를 발견했다느니, 자신도 현장에서 한 몫 했다느니 하는 생색내기에 바쁩니다. ‘누가 왜 그곳에 장독을 두었는가, 누가 장독을 젤 처음 만들었는가, 왜 아이는 그곳에 갔는가’와 같은 변두리의 주제들을 끌어내어 열을 올리고 재미를 삼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은 위기의 순간이 왔을때, 내가 놓지 않으려고 끝내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만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귀한 것을 얻으려면 덜 귀한 것은 과감히 놓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그 일과의 연관성을 떠나 오직 그 본질만 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놓고 싶지 않은 것이 명예나 자존심인 사람은 그것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유없이 반대하고 나섭니다. 경제적 이해가 더 중요한 사람은 조금의 손실이라도 발생할 것 같으면 꽁무니를 빼고 빠져나갑니다. 어떤 이는 게으름 때문에 힘 안들이고 해결할 잔머리를 굴리다가 일을 키웁니다.

자기를 중심에 놓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나와 일을 떼어놓고 다른 한 손에 아무것도 쥐려고 하지 않은 채 순수하게 그 일을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 해야할 일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어린 사마광은 답답하고 이해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왜 이 단순한 문제를 가지고 어른들은 그토록 언성을 높이고 말만 무성한 채 독 안에 빠져 죽어가는 아이를 구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서 아이를 구하려는 오직 한 생각, 그 본질 하나만 집중하면서 돌을 주워들어 장독을 깨뜨린 것입니다. 그냥 그뿐입니다.

복잡하게 계산하지 말고 아이의 순수함으로 일을 해결했어야 했습니다. 아, 오늘의 대한민국이여! 꼬마에게 미리 한수 배워둘걸 그랬습니다.

장오성 교무 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