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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대신 구강악안면의사는?

월요시론

말이라는 것은 한번 내뱉은 후에는 주워 담지 못한 특성이 있기에 신중하게 해야 하며 혹 그 말로 인해 상대방에게 명예를 훼손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육신의 상처는 쉽게 아물 수 있어도 마음의 상처는 오래가는 법입니다. 의료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제법 기억도 뚜렷이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나의 생명과 관련있는, 의료인의 질병에 대한 설명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렇듯 언행에 조심해야 할 의사들이 최근에 “치과의사는 신체의 전반적인 것에 의학지식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한 뉴스를 듣고 이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맏형으로 의협이 힘들 때 마다 동지적 역할을 함께 한 치과의사에게 이런 막말을 하는 일부 의사들의 사고방식이 편협되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본보기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다고 딴사람 대하듯 하는 의협이 존경받지 못한 의료계의 천덕꾸러기가 안 되길 바라면서 이제 몽니를 그만 부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의사들에게 질문합니다. 보톡스, 필러 등 미용시술이 나올때 부터 의과대학 교과서에 시술방법을 배우고 졸업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시술자체가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를 벗어난다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학부과정에서 일반해부학은 물론 두경부해부학을 배우면서 누구보다도 얼굴 및 목에 대한 해부학적 구조물을 많이 공부한 치과의사에게 면허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하면 산부인과 의사가 비만클리닉 또는 피부미용술식을 하는 행위와 일반의가 진료과목으로 피부미용술식을 행하는 행위는, 의사면허소지자라고 해서 전문성이 결여된 부분의 진료는 괜찮다는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하고 나서 교합관계를 모르는 의사들이 마지막으로 치과의사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다시피 한 행태는 우리 치과의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허락해서는 안 되는 시술입니다.

저는 치과대학 학생들의 두경부해부학을 가르치면서 우스갯소리로 “쌍거풀 수술은 성형외과의사가 해야 하나요?  피부과의사가 해야 하나요? 아니면 안과의사가 해야 하나요?” 라고 질문을 하자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든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일부는 의과대학에 치과가 속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국민들도 있으며 전문의제도가 없는 것으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메디컬에서 불미스러운 뉴스가 터지면 의사라는 이름하에 직간접적으로 불명예를 뒤집어 쓰며 피해자가 된 적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제도의 문제점으로 국민들이 한꾸러미로 보는 치과의 서러움이 있을진대 치과에서 잘한 부분은 의사들이 생색을 내고 있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치과대학 재학 시 외래교수께서 수업시간에 의료법을 강의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문구 중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라는 글귀를 매번 “양의사, 치의사, 한의사는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라고 바꾸어서 읽으셨던 기억이 나는데, 치과의사와 의사의 동등한 위치를 강조하셨고 하나의 진료과목보다 구강전체를 그리고 치료에 국한되는 것보다 전체적인 진료의 범위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미 수십년간 관례화 되어 변경이 쉽지는 않겠지만 치과의사의 위상제고와 의료계로부터 이미지 독립을 위해서는 치과의사가 아닌 치의사 또는 구강의사, 구강악안면의사의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요? 북한에서는 치과의사를 구강의사로 부른다고 합니다. 굳이 북한식으로 따르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로 개명을 하였습니다. 과거 이해박는집에서 치과로 변화를 주었듯이 급변하는 글로벌시대에  치과가 구강외적인 요소의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치과의사보다는 구강악안면의사로 불리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문득 김춘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사실을!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