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베짜는 이에게

종교칼럼

베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베틀에 날실과 씨실을 번갈아 교차시키면서 하나의 천이 짜여진다. 날실만으로도, 씨실만으로도 천이 되지 못한다. 그 둘은 필연적으로 번갈아가며 교차되어야만 한다. 우리네 인생도 꼭 그렇다. 기분 좋고 수월하게 해주는 날실같은 상황과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씨실같은 상황이 왔다갔다 하면서 인생이라는 천이 짜여진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인생은 본디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진리이다! 어느 인생도 날실만 있거나 씨실만 있지 않다. 제아무리 조건 좋아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만이 감내해야할 힘겨움들이 오고가기 마련이다.


살다보면 그렇다. 때로는 수월하고 내 뜻대로 되다가도 어느순간 기분이 가라앉고 일이 꼬이고 절망적인 상황이 꼭 온다. 그러다 다시 기분좋은 일이 생기고, 또다시 예상치 못하게 힘겨운 일이 가로질러 간다. 그렇게 번갈아가며 우리네 모든 인생은 만들어진다.


사실 씨실이건 날실이건 실 자체로는, 즉, 그 일이나 상황 자체로는 좋고 나쁨을 말할 수 없다. 정확히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또는 불행한 일이라고 그 누가 단정할 수 있으랴. 지나고 나면 꼭 그것의 역전이 일어나지 않던가. 다만 그 순간에 그것에 어두울 뿐. 그러니 우리는 자신을 실 자체가 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될 일이다. 오고 가는 그 실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이생에 주어진 자신만의 천을 짜는 직녀(베짜는 이)가 될 일이다. 순리대로 받아들이며 그냥 천을 짤 뿐이다. 그 실들이 지나간 자리는 나만의 특별한 무늬를 그려내며 귀하게 반짝일 것이다.


모든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만의 베틀 하나씩을 숙명적으로 안고 나온다. 누구에게 더 좋은 것도 없고 누구에게 더 많은 수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베틀을 꼬옥 끌어안고 다가오는 씨실과 날실을 번갈아가며 나름의 인생을 짜느라고 여념이 없다. 그러니 남 천짜는 것이 부러워 기웃거릴 것 없다. 남들이 다 내 얘기 할 것 같이 착각하지만 실상 자신들의 천을 짜느라 내게 그다지 깊게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또 하나,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아래에서는 비가 오고 날씨가 변화무쌍해도 구름 위의 하늘은 언제나 한결같이 맑아있다. 그리고 곧이어 구름 아래 날씨는 변화된다. 수화풍의 조합으로 인해 맑았다 흐렸다 때로는 폭우나 태풍을 만들어내지만 위는 항상 여여하다. 구름 아래의 날씨에 휩쓸려 울고 웃고 할 것이 없다. 나는 날씨가 아니라 구름 위의 맑음이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 변화하는 인생 날씨를 묵묵히 바라보는 여유있는 인생 조종사가 되어야 한다.


인생의 씨실이든 날실이든 실 자체가 아니라 직녀가 된다면, 그리고 맑은 날이든 궂은 날이든 변화하는 날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갈 조종 능력만 있다면 인생의 온갖 궂은 일들이 뭐 그리 대수랴. 인생이란게, 본디 그런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