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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 TC 106 베를린 총회 참관기

▶ 기획 연재 치과 표준 ❾

국제표준화기구/치과의료기기전문위원회(ISO/TC 106)는 통상적으로 FDI 총회가 열리는 나라에서 주관하도록 되어 있는데 올해 FDI를 개최하는 인도가 ISO/TC 106의 정회원에 해당하는 P(Participating)-member가 아닌 관계로 독일의 자원으로 베를린에서 9월 14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되었다. 대한민국 송도에서 제49회 ISO/TC 106 (국제표준화기구/치과의료기기전문위원회) 회의가 열린 것이 얼마 전 일인 것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지났다.

작년에 새로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하여 총 27개국의 P-member 국가와 참관만 가능한 Observing을 의미하는 O-member 국가인 17개국 국가가 속해 있는 ISO/TC 106 회의는 올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의의를 가졌다. 첫째로 본 ISO/TC 106 베를린 총회가 50번째 열리는 ISO/TC 106 회의라는 점과 둘째로는 그 동안 의장으로 역임한 캐나다의 Derek Jones 교수가 사임하고 두 명의 후보가 지원함에 따라 ISO/TC 106 최초로 의장을 선거로 뽑게 되는 회의가 되었다.   
 
이번 회의를 위해 대한민국에서는 ISO/TC 106 한국대표이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김경남 교수님을 비롯해 총 12명의 표준전문가들이 참석하였고 여러 방면에서 대한민국 치과의료기기의 표준 선도를 위해 대한민국의 의견을 반영하였다.

특히 한 명의 연자가 발표를 진행하거나 포스터로 발표를 진행하는 여타 학술회의와는 다르게, ISO/TC 106은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와 그 소위원회에 속해 있는 각 작업반(Working group, WG) 안에서 소규모 단위로 여러 가지 표준 주제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표준전문가들의 활발한 참여는 늘 중요하다.

각 회의에서는 다양한 치과의료기기에 대한 표준 개발을 논의하게 되는데 해당 표준을 제출하면서 시작되는 과정을 신규작업항목제안(New Work Item Proposal, NWIP)이라 하고 그 표준의 시작은 보통 작업초안(Working Draft, WD) 단계에서 시작된다.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해당 표준은 위원회안(Committee Draft, CD), 국제표준안(Draft International Standard, DIS), 최종국제표준안(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FDIS)의 과정 끝에 국제표준(ISO)으로써 최종 완결된다. NWIP 단계부터 매 과정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매 번 회의 때 각 나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하고, 전체 P-member 국가 들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 투표(기권표 제외)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과정은 준비 단계서부터 보통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고 각국의 전문가들로부터 동의를 얻기 위하여 서로간의 이해관계 발전과 정치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여러 해의 노하우를 쌓은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각 위원회 안에서 활발하게 표준 제정을 인도하는 프로젝트 리더(Project Leader, 표준을 제안하여 그 표준을 제정하는 프로젝트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치과용 기구를 담당하는 SC 4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의 김경남 교수님, 오성엠앤디의 최인준 대표님, 그리고 제가 총 3개의 표준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 시술에 사용되는 기구인 오스테오톰(Osteotome)에 대한 표준이 전자투표에서 DIS로 통과되어 본 회의에서 FDIS 투표 회람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고 금년에 전자투표에서 통과되면 내년에 드디어 우리나라가 제안한 표준이 한국 최초로 국제표준이 될 예정이며, 치과용 임플란트 사이너스 리프트(Sinus lift)는 WD 단계에서 CD 단계로, 치과용 발치겸자(Extraction forcep)는 CD에서 DIS로 각 각 투표 문건을 회람하게 되었다. 더욱이 본 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추가로 2건의 표준-트레핀 버(Trephine bur)와 메스 홀더(Mess holder)-제정에 대한 NWIP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해당 SC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더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

작년에 대한민국 최초로 SC 9(CAD/CAM) WG 4의 좌장(Convenor, 작업반의 전체적 회의를 주관함)으로 선출된 원광대 치과생체재료학교실의 오승한 교수님은 올해에도 CAD/CAM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표준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해당 표준이 DIS로 진행되게 되었다.

이렇게 올해에는 다방면에서 대한민국의 ISO/TC 106 활동이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은 먼 듯 하다. 늘 그래왔듯이 일본에서는 대한민국의 5배가 넘는 전문가 대표단을 파견하였고 각 작업반 별로 3~4명의 전문가가 참여함으로써 자국의 의견을 반영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회의를 주최한 독일은 회의 장소를 독일국가표준원(DIN) 사무국에서 개최함으로 해당 국가의 표준에 대한 국가적 인식을 보여주었고 각 작업반마다 여러 개의 새로운 NWIP를 제안함으로써 전문가들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끝으로 제조사의 연구원이 자국 ISO/TC 106 대표로 있는 미국의 경우 제조사와 학계의 교수·연구원 등의 조화를 통해 기술적인 측면과 학술적인 측면에서 표준 회의를 주도하였고 이러한 미국의 강점은 최근 여러 표준 관련 안건에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하였고 심지어 이번 ISO/TC 106 의장 선거에서 유럽의 많은 표를 누르고 학계의 Kenneth Annusavice교수를 선출시킨 업적을 이루었다.   

독일 베를린의 관광명소는 무엇보다도 ‘베를린 장벽’일 듯 하다.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게 되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었고, 통일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해를 통해 오늘날 베를린 장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독일은 세계 강국 중에 하나로 다시 서게 되었다. 50번째 생일을 맞는 ISO/TC 106 회의 장소인 베를린에서 대한민국 치과 표준이 배워야 할 것은 학계와 업체관계자들 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배려, 그리고 이해가 아닐까 싶다. 특히 최근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치과 관련 표준의 정부 관련부서 변화와 새롭게 출시되는 디지털/3D 관련 치과의료기기 시장에서 이와 같은 노력만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년 회의는 FDI가 열리게 되는 태국 방콕에서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리게 된다. 서울 못지 않게 다이나믹하다고 알려져 있는 방콕에 많은 한국의 학계와 업체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어느 때보다 활발한 토론과 표준에 대한 노력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재성 연구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