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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우는 사람

종교칼럼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다 보면 느린 속도로 추월차선을 차지하고는 흐름을 방해하는 차량들이 있다. 그럴때 비켜달라는 뜻으로 가까이 따라붙으면 대개는 옆차선으로 비켜 준다. 그러나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차가 있으면 화가 날 때가 많다. 그럴때는 얼른 2차선으로 이동했다가 보란듯이 그 느림보 차량 바로 앞에 끼어드는 방식으로 내 화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향해서 마음으로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다툼이 많으면 늘 지는 법인데…. 

도덕경에는 ‘적을 잘 이기는 자는 적과 싸우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싸우려는 마음 자체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그와 싸우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면서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낸다’라는 말이 나온다. 가장 잘 싸우는 사람의 경지이다.  

어떤 왕이 훌륭한 싸움닭을 선물로 받았다. 왕은 싸움닭을 길들이는 사람에게 가져가서 최고의 싸움닭으로 만들어달라 명을 내렸다. 시간이 좀 흐른뒤 왕이 다 되었느냐 물으니, ‘아직 덜 됐습니다. 저 닭이 약한 닭이나 강한 닭이나 무조건 싸워서 이기려고만 합니다’ 하고 길들이는 이가 말했다. ‘그러면 잘싸우는 것 아니냐?’ ‘아닙니다. 아무하고나 싸우는 닭은 최고의 닭이 아닙니다. 더 길이 들어야 합니다.’ 한참이 더 흘러 왕이 다시 물었다. ‘이젠 됐느냐.’ ‘아닙니다.

이제는 약한 것들하고는 안 싸우는데 강한 것들만 만나면 싸우려고 덤비고 이겨먹습니다.’ 왕이 의아해서 물었다. ‘강한 것들하고 싸워서 이기도록 하는게 쌈닭을 길들이는 목적 아니더냐?’ ‘아닙니다. 저와같은 상태로는 언제든 다시 질수가 있습니다. 더 길들여야 합니다.’ 한참이 더 흐른 뒤에 길들이는 이가 찾아와 말했다. ‘이젠 다 됐습니다. 저 닭이 이젠 스스로 힘이 있지만 싸움의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닭도 감히 그에게 싸우려는 마음을 내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를 졸졸 따릅니다. 안에 힘이 있지만 싸우려는 기운 자체를 감추어 최고의 싸움닭이 되었습니다.’  
 

걸핏하면 싸우고 따지고 이기려 하는 것은 하수들의 방식이다. 괜히 지나가는 운전자를 상대로 마음 속으로 싸움을 일으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에 화와 다툼이 채워져 있다면 늘 지고 사는 사람이다. 모든 상황에서 따지기를 즐겨하고 누구든 이겨먹으려는 마음이 많으면 사실 자신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지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그 누구를 대해도 싸움의 그림자조차 찾을수 없을때 그는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이 된다. 이것이 또한 최고의 수행이기도 하다. 누가 괜한 시비를 걸어올지라도 맞서 상대하려는 마음조차 일어내지 않고 흔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다면 그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마음 속에서부터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그를 싸움의 상대로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그에게 싸움 이상의 큰 힘이 있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저절로 따르면서 자발적인 복종이 일어난다. 상대하여 싸우는 마음이 없으면 비로소 모두를 이기는 사람이 되고 거기에서 참된 권위가 흘러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