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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직접 합시다

월요시론

항상 12월이 되면 “금년은 다사다난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2014년도 예외는 아닌 듯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뿐만 아니라 치과계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단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비정상적인 시스템에 기인한 총체적인 난국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었고 이를 계기로 어떤 일을 하던지 원칙과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책임자 또는 어느 단체 대표자의 위치 및 사고가 가져다주는 파급효과가 어떤 방식으로 귀결되는지를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치과계에서 요즘 심심찮게 거론되고 실제적으로 판결이 되고 있는 사건들이 있는데  치과원장 및 직능 대표자들은 좀 더  자신의 솔선수범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진료가 요구됩니다. 현재 의료기사법에 문제가 있는 조항이 있기도 합니다만 발치나 수술 후 봉합을 하고 난후에 봉합사 제거를 치과위생사에게 위임을 한 것은 위법이 되고, 간호조무사에게 위임진료를 하게 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라는 것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조항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모 원장이 치과위생사에게 봉합사 제거를 위임시켰다가 민원이 제기된 후 위법으로 판결이 되어 행정적인 처벌을 받게 되는 기사를 읽고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굳이 학력을 갖고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를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3년제, 4년제 나온 치과위생사들이 봉합사 제거를 할 수 없다고 하는 대목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년 3월에 의기법 실행에 앞서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결국 치과계로 불똥이 튀게 될 현 시점에서 우리는 진료영역의 구분을 제대로 알고 치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진료영역구분을 제대로 지시할 수 있도록 먼저 습득을 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조무사와 치과위생사의 기싸움과 알력은 치과를 운영해본 사람들이 느끼는 미묘한 사항입니다.
평소에 치과의사가 해야 할 진료부분을 치과위생사 또는 간호조무사에게 습관처럼 시키다, 관계가 안 좋을 경우, 그러한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빌미를 주게 된다면 원장의 권위는 물론 속앓이로 갑이 아닌 을의 관계로 전락될 수 있습니다.

보조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우리들 자신의 진료행태를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너무나 직원들에게 위임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환자 보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고가진료는 내가하고 수입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진료는 직원들에게 맡기지는 않는지….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기까지는 쉬운 발걸음이 아닙니다. 환자도 손님이라는 의식을 갖고 대접 받기를 원합니다. 그들은 이미 다른 업종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나는 왕이다” 라는 생각이 있으며 귀한 내 몸을 맡기는데 최선과 최고의 진료를 원합니다. 우리가 보아서는 직원이 해도 될 것 같은 진료도 직접 원장이나 교수가 해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정작 바쁘다면 직원들에게 잠시 위임진료를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원장이 직접 확인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마무리했다면, 환자의 기분이 나쁘지 않고 봉합사를 직원이 제거한 것에 대한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자와 대화를 경청하여 그들이 요구하는데 최선을 다해준다면 조금의 서운함도 무마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환자와 조금 다른 행동을 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진상환자로 단정진다면 어려운 진료가 될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낮은 수가의 진료라고, A/S 환자라고, 내가 치료한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위임진료를 하지는 않나요? 환자는 원장님이 직접해주시는 것을 원합니다. 그래야 믿음이 생기니까요!

직원들의 영역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스케일링, 인상채득, 임시치아제작, 충전 및 예방술식, 방사선촬영, 환자와의 수가상담, 보험청구 등 이제 시간이 허락된다면 원장이 직접하는 진료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혹 직접 하지 못한 경우가 생길 때에는 마무리 또는 마지막멘트는 환자에게 직접 합시다.
내가 직접하고 마무리를 한다면 환자에게도 신뢰가 가고 위임진료의 시비에서 벗어나며 직원들 간의 진료영역싸움으로 휘둘릴 필요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집단이탈에도 내가 다 할 줄 알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牛步千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가 걷듯이 한걸음씩 가다보면 천리를 가게 됩니다.
오너가 지시하고 감독하는 업종은 따로 있습니다. 사무장이나 실장에게 맡길 일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직접해주어야 합니다.

결혼할 때 예식장에 미리 도착하여 준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부를 맞이하듯이 치과에 미리 도착하여 고가 환자를 맞이할 설렘을 가지고 준비를 한다면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을까요?

이승룡 뿌리샘치과의원 원장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