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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만남

Relay Essay 제2017번째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느껴지는 것은 존경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고, 존경하는 분들을 곁에 두고 만나뵐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 생각한다.

오오야마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뵌 것은 1996년 1월 동경의과치과대학 악안면보철학 교수실에서이다. 당시 진주에 개원해 있던 나는 남편의 유학기간이 길어져서, 함께 공부하는 길을 찾았었다. 그때 소개받아 만나 뵌 분이 오오야마 교수님이시고, 처음 교수실에서 만나 뵈었을 때 자그마한 체구이시지만 뭔가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교 때 배웠던 일본어 실력으론 인사 외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옆에서 통역해 주신 최 선생님의 도움으로 그해 4월부터 공부하러 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유학생활이 시작되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일본 생활은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았다. 3살이던 딸애도 환경이 바뀐 탓에 매일 아침 우는 아이를 놔두고 뒤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었지만, 학교에 가면 주변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 주어 어려웠던 시간을 잘 보냈던 것 같다.

이런 의국 환경이 주어진 건 오오야마 선생님의 배려 덕분이었다. “나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유학생들의 고충을 잘 안다” 고 하시면서 지도 선생님을 붙여주셔서 학교에 가면 항상 챙김을 받도록 배려하셨고, 유학생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이름을 새긴 은수저를 보내 축하해 주시고,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컵을 만들어 선물로 주시는 세심함도 보여주셨다.

동경의과치과대학에서 치과병원장을 세 차례나 하셨고, 퇴임하신 후 부학장, 학장을 6년간 역임하시면서 작년에 퇴임하셨다. 한국에 귀국한 후에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셨다. 틀니보험에 관한 연구나 영리병원에 대해 연구를 할 때에도 여러 사람들을 소개해 주셔서 무사히 연구를 마칠 수 있었다. 또한 2008년 26명의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임원들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며 일을 진행하였을 때에도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던지! 정말 고마운 은사님이시다.

20여 년간 선생님을 뵈면서 그분의 리더십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내가 감명 깊게 받은 교수님의 성품은 솔선수범과 타인을 위한 배려이었다. 리더가 되면 첫째 주변 돈을 쓰려 하지 말고, 자기 돈을 써라. 둘째 일을 확실하게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리더는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돈을 끌어들일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교수님 덕분에 우리 의국은 연구비가 항상 풍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덧붙이신 것은 공동으로 어떤 일을 할 때에는 반드시 그 안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존경과 신뢰가 있어야 어떤 관계든지 오래 간다는 것이다.

2년 전에 뵙고, 퇴임 후엔 아직 뵙지 못했다. 작년엔 사모님께서 천국에 가셔서 많이 힘드실 것 같다. 그래서 오는 6월 연휴 때 제주도로 초청하여 만나 뵈려고 계획 중이다. 그러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세월이 지날수록 기대되는 만남, 설레는 만남, 감사한 만남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는 거다. 나도 그런 만남이 기대되는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한없이 부족한 내 모습만 보일 뿐이다.
 
박인임 고운얼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