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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한 사람

종교칼럼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 선뜻 답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착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것 같지요. 착함을 한문으로 善이라고 보면, 착함은 좋은 것, 옳은 것이 될테고, 그 반대는 나쁜 것, 잘못된 것, 惡한 것이 되겠네요. 그렇담 옳고 그름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는 것일까요?

지금 계절이 무엇이냐 물으면 여름이라 할테지요. 입추가 지났으니 가을이라고 제법 주밀한 답을 하는 이도 있을겁니다. 정말 그래요? 내가 옳다고 알고 있는 그 답이 맞나요? 6~8월은 다 여름인가요? 지금 남반구의 나라들은 겨울이 한창입니다. 크리스마스는 겨울에 맞이한다고 하는 것은 어디에서는 맞고 다른 어느 곳에서는 틀립니다. 여름에 산타를 만나는 곳도 있습니다.

방향도 그렇습니다. 그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 입장에서 동쪽이라고 말하고 있는 그 지점이 누군가에게는 서쪽이거나 북쪽일수 있습니다. 기준을 자신에게 놓고 그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그 기준점은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사실 모든 지역, 모든 시대, 모든 세대, 모든 단체를 망라하여 무엇은 절대적으로 옳고, 무엇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우리는 살인은 절대적으로 악한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할 것입니다. 살인이 과연 절대적인 악일까요? 어떤 경우 사람을 죽이고 영웅으로 추앙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하물며 한꺼번에 많이 죽일수록 공적이 커지기도 합니다. 전쟁터가 그렇습니다. 우리 편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 즉 선행이 저쪽에서는 원수, 즉 악행일 수 있지요. 이것은 극단적인 비유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착하고 아닌 것, 선하고 악한 것의 기준은 누가 그것을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만 있을 뿐입니다. 

내가 착하다고 하는 것, 옳다고 하는 것,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 문제있다고 하는 것이 ‘모든 시대, 모든 지역, 모든 세대, 모든 단체를 통틀어서 절대적으로 그러한가?’ 하고 되물으면 우리는 그토록 소리높여 주장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글쎄, 그건 알수없지’하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선과 악을 초월해 있는 지선(至善)이라 부를 수 있는 경지입니다.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고, 네가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전제를 늘 달고 산다면 부질없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내가 알고 있던 선과 악은 상황과 입장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규정할수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의 고집, 고정관념, 싸움으로 인한 고통은 사라집니다. 옳고 그름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제외시키지 않습니다.

매사에 지선을 생각하며 사는 삶, 이것을 참으로 착한 사람이라 부릅니다. 참으로 착한 사람은 그냥 착한 사람, 선악을 구분짓는 착함을 넘어서 있습니다. 규범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지혜롭고 균형잡힌 삶의 태도를 유지합니다. 당신은 참으로 착한 사람입니까?

장오성 교무/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