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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

월요시론

앞으로 다가올 일이 걱정이다.
돌아보니 살아온 날들이 후회스럽다.
온통 걱정과 후회의 시간들로 오늘이 즐겁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고민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에서 키팅선생역의 명배우 로빈 윌리암스는 이렇게 말했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소년들이여. 삶을 비상하게 만들어라.”
젊은 시절, 당시 어른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미래라는 목적하에 늘 초조하고 하루하루를 힘겨운 공부와 진료에 시달린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충격을 받았다.
오늘을 즐기라고? 어떻게?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기원전 로마시대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이 노래는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카르페 디엠 속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메멘토 모리사상이 선행된다.
이 말은 다가올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의 살아있음에 대한 성찰을 하라는 의미다.
결국은 죽을 운명이니, 그렇다면 현재를 어떻게 지낼 것인가.

Seize the day!
현재를 잡아라!
오비디우스는 Carpe의 의미를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 이용하다” 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언뜻 생각하기에 “즐기다”의 의미는 그저 무책임하게 노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를 즐기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고 생각하기에 따라서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도 바꿀 수 있다.

치대시절 똑같은 학업의 부담 속에서도 어떤 친구는 연애도 잘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곤 하였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학업에 낙오된 것도 아니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부럽기도 하였다.
지금도 의사라는 직업으로 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취미생활도 열심히, 봉사도 열심히 하는 친구, 선후배들도 많다.
그들은 그야말로 인생의 까르페 디엠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다가올 미래가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삶에 너무나 충실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하루를 살면서 나 자신을 위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면 미래에 대한 걱정따윈 오히려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는 현재가 소중하게 느껴지니 늘 감사와 겸손이 있을 뿐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수로서 그들에게 바라는 의사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나의 제자들이 환자에게 존경받는 의사가 되기를 진정 바란다.
그러나 감성을 배제한 채 훌륭한 실력으로서만 존경받는 의사보다는 의사로서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멋지게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는, 진정 카르페 디엠을 실천하는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
의사보다는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한 인간이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종훈 연세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